나도 떳떳한 선생님이고 싶다!

신분 감추기는 기본, 심지어 나이도 정해줘...
  • 등록 2007-07-08 오후 1:36:55

    수정 2007-07-08 오후 1:36:55

[오마이뉴스 제공] 대학 등록금 천만 원 시대에 들어서고 있는 요즘 내 손으로 등록금을 마련코자 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그 중 이들이 선호하는 아르바이트는 단연 '학원 강사'이다. 학생을 가르치며 보람도 느낄 수 있고, 스스로 자신에게 공부도 되기 때문이다. 특히 사범대 학생에겐 미리 적성을 테스트해볼 수 있어 일석이조다. 그러나 이들에게 닥친 현실은 녹록치 않다.

비밀요원도 아닌데 꼭 이래야만 하나?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시범강의까지 마친 임아무개(건국대 사학 05)씨는 학원 측으로부터 출근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러나 기쁨에 찬 임씨에게 학원 측은 대학생신분을 속여 줄 것을 부탁했다.

임씨는 "학원 측에서 27살로 하기엔 얼굴이 어려보이니까 군대에 안 다녀온 25살로 하라고 나이도 정해주었다"며 "학원생들에게 걸리지 않도록 신경 좀 써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아무개(건국대 국문 05)씨는 학원 측에서 나이에 대한 언급이 없어 학원생들에게 자신이 대학생임을 밝혔다. 하지만 한 학부모가 학원에 전화를 해 왜 비전문적인 대학생 강사를 쓰냐며 항의를 했고, 결국 그 학부모의 자녀는 학원을 끊었다.

그 후 이씨는 원장에게 불려가 앞으론 절대로 신분을 밝히지 말라는 경고를 들어야 했다. 이씨는 "대학생에겐 과외도 맡기면서 왜 학원 강사는 대학생이면 안 된다는 건지 학부모의 태도가 이해가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미나(서강대 국문 05)씨와 김민정(부산대 04)씨도 학원 측의 요구로 신분을 속여 일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대학생 강사를 고용하는 이유는 뭘까?

적은 급여로 비교적 쉽게 사람을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아무개(건국대 국문 05)씨는 "일주일에 5번, 매일 7시간씩 출근하고 한 달에 7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아무개(한양대 중문 03)씨는 "한 수업 당 8만원씩 받았고 시급으로 따지면 5천 원을 받았다"며 "복사 업무나 시험 기간 특강까지 고려하면 이는 매우 적은 돈이었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학원 측이 학생이라는 점을 악용하여 강사에게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일방적으로 시간표를 바꿔서 매일 매일 뛰어다녀야 했고 수업 외의 특강을 강요해 당황한 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임아무개(건국대 사학 05)씨 또한 학원 측의 태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학원 측에서 말끝마다 "나이가 어리고 경력이 없으셔서 잘 모르시나 본 데"라며 무시를 한 것. 임씨는 "학생들에겐 나이를 속이라고 해 놓고 무슨 일이 있을 땐 나이 운운하며 어린 취급하는 게 모순적으로 보였고 매우 불쾌했다"고 말했다.

학생을 가르치는 데 있어 나이가 많고 적음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는 걸까? 가르치고자 하는 열정만큼은 전문 강사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대학생 강사들. 그들이 학생들에게 떳떳하게 신분을 밝히고 마음 편히 강의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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