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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그것(통일)에 대해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더라. 음악가가 먼저 한목소리를 내 남북을 연결시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지휘자 정명훈(64)이 오랜 숙원이던 남북합동오케스트라의 시초격인 ‘원코리아오케스트라’(이하 원코리아·OKO)를 창단하고 첫 활동을 시작한다.
원코리아는 남북한 교류를 목적으로 정명훈 측 재단인 미라클오브뮤직이 만든 프로젝트성 연주단체다. 풀타임(상설) 오케스트라가 아닌 연주기회가 있을 때만 모였다가 흩어지는 비정규적 구조인 셈이다. 대한민국의 실력 있는 연주자를 모아 84명으로 구성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이 악장을 맡는다. 이번 창단연주는 롯데콘서트홀의 지원으로 성사됐다. 오는 18~19일 롯데콘서트홀 첫돌 기념무대를 장식한다.
이전에 정명훈은 두 차례에 걸쳐 평양을 방문했다. 2012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북한 은하수관현악단과 라디오프랑스오케스트라의 합동연주를 지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나빠지면서 2015년 독일 교향악단을 평양에서 지휘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정명훈은 “북한과의 교류가 언제 어떤 식으로 뚫릴지, 더 막힐지는 우리가 컨트롤 할 수는 없다”면서 “하지만 상황이 좋아지길 마냥 기다릴 수만 없겠더라. 북한 음악계와의 교류를 이벤트로 하기보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함께할 준비를 해보자는 의미”라고 했다. 다만 “이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젊은 이들과 음악가들이 (남북교류와 화합 등에 대한) 꿈을 잃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원코리아는 이번 첫 무대에서 이틀간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들려준다. 정명훈은 “베토벤은 자유를 위해 싸운 작곡가”라며 “교향곡 5번 1악장은 마음을 탕 두들겨서 문을 활짝 열게 만든다. 일단 마음을 열어놓고 그 안에서 싸움도 하고, 아름다움도 느끼고, 나중에는 그 모든 걸 이겨내는 곡”이라며 곡의 선정 이유를 전했다.
정명훈은 내년 1월 창단연주회를 예정한 ‘원코리아유스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도 맡아 장기적인 활동을 계획 중이다. 원코리아유스오케스트라는 롯데문화재단이 젊고 실력 있는 연주자를 길러낸다는 목표 아래 정명훈과 시작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다. 매해 1~2회의 정기연주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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