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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 근로자들의 임금(급여)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미국내 유휴 노동력도 줄어들면서 근로자들의 몸값도 올라가고 있다. 임금 상승은 향후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도 더 빨라질 수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8월중 비농업 신규 취업자수가 20만1000명을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를 1만명 이상 상회했다. 무려 95개월 연속으로 취업자수가 증가세를 이어갔고 이는 역대 최장 기록이다. 수정된 6월과 7월 신규 취업자수가 각각 20만8000명, 14만7000명이었고, 올들어 8개월간 월평균 신규 취업자수는 20만7000명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8만9000명보다 크게 높아졌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낮았던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률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전체 민간기업 근로자들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년동월대비 2.9%나 늘어났는데 이는 지난 2009년 중반 이후 무려 9년만에 가장 큰 폭이다. 실업률이 떨어지고 신규 취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임금 인상률이 높지 않았다는 건 고용지표내 ‘옥의 티’로 꼽혔었다.
이같은 기업들의 구인난과 그에 따른 임금 인상은 더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이날 노동부가 함께 공개한 8월 경제활동 참가율은 62.7%로, 한 달전의 62.9%에 비해 오히려 0.2%포인트 낮아졌다. 현재 일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경제활동인구가 줄었다는 뜻이다. 미국내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인해 경제활동인구가 꾸준히 줄고 있다.
이처럼 임금 인상률이 높아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는 향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더 가속화시킬 수 있다. 실제 이날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고용지표 발표 이후 하락세를 보였고 10년만기 미 국채 금리도 올랐다. 특히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만기 국채 금리는 2.7%까지 올라 근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이클 에어론 스테이트스트릿글로벌어드바이저 최고투자전략가는 “임금 인상률은 보다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점쳤다.
이언 셰퍼드슨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 근로자 임금은 연준을 두렵게 할 정도로 충분히 빠르게 늘어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실업률이 계속 떨어지면서 근로자 임금이 추가로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은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유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크리스 럽스키 MUFG유니온뱅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역사상 가장 큰 폭의 감세 이후에도 기업들이 왜 근로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가라는 의구심은 이제 풀렸다”고 전제한 뒤 “연준으로서도 그런 고민을 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ICE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미 달러인덱스는 0.4% 상승한 95.40을 기록했다. 앤드류 헌터 캐피털이코노믹스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강력한 노동시장과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연준이 올해 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확실해지고 있다”며 이런 행보가 달러화 강세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