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민간기업은 어쩌나?…'업무방해' Vs '고유권한'

공공기관發 채용청탁 사회적 문제로 부각
정부 공무원임용령 적용…민간기업은 강제성 없어
인사담당자 10명 중 4명 “부정청탁 받은 경험 있어”
경영자 관여 업무방해죄 성립… “처벌 강화해야”
  • 등록 2017-11-02 오전 6:30:00

    수정 2017-11-02 오전 6:30:00

최근 공공기관 뿐 아니라 민간기업, 공기업에서도 채용비리가 적발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간기업도 채용절차에 관한 원칙을 세우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뿌리뽑겠다며 팔을 걷어부쳤다. 내부 감사시스템은 물론 경찰 수사력까지 동원한다. 그러나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공공보다 월등히 심각한 민간기업의 특혜 채용을 손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맥과 금력을 동원한 특혜 채용이 결국 금수저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고위공직자와 간부직원, 부유층 자제를 입사 성적과 무관하게 채용해 물의를 빚은 우리은행 사례가 대표적이다.

민간기업의 특혜 채용은 업무방해죄로 처벌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업의 신뢰도를 훼손하고 이미지를 악화한다는 점에서 근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반면 채용은 기업의 독자적인 인사권인 만큼 채용기준을 두고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기업의 자율권을 훼손하는 과도한 간섭이라는 지적도 있다.

민간기업 관련 법령 있지만 강제력 없어

민간기업에서는 채용과 관련한 부정청탁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7월 기업 인사담당자 307명을 대상으로 ‘채용 청탁을 받아본 경험’을 조사한 결과 40.7%가 ‘청탁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올해 초 구직자 322명을 대상으로 ‘취업을 위해 청탁을 할 의향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7.8%가 ‘있다’고 응답했다.

민간기업은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기준 삼아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이 법률은 30인 이상 기업체가 적용 대상이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 법률은 구인기업이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채용절차를 변경할 수 없도록 하고 채용일정을 공개하는 등 구직자를 상대로 한 ‘갑질’을 차단하는 데 목적으로 두고 있다. 문제는 위반해도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강제력이 없어 권고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털어놨다.

반면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채용 시 엄격한 법을 적용한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중앙 정부부처는 대통령령인 공무원임용령에 따라, 지자체는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각각 인력을 채용한다”면서 “이에 따라 각 기관은 공무원 채용시 필기시험 성적 등이 기준에 미달하는 자는 뽑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공직자 채용 시에는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의 적용 받고 있다. 청탁금지법(제5조)은 채용·승진·전보 등 공직자등의 인사에 관해 법령을 위반해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업무방해죄 성립… 사후 처벌 강화해야”

민간기업들은 특혜 채용을 모두 불법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에는 채용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면서 “설령 토익 점수가 기준치에 미달한다고 해도 다른 자격증이나 부각되는 장점이 있으면 채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견기업 관계자도 “영어 점수나 학점 등은 채용 후보자들을 추리기 위한 가이드라인일 뿐이지 입사의 당락을 좌우하는 요소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회사의 고위관계자가 채용과 관련해 부당한 업무를 지시하거나 남녀를 차별해 고용하는 것은 법에 저촉될 수 있다.

김혜란 동화노무법인 노무사는 “채용청탁과 관련해 사업주나 임원진이 개입한 경우에는 형사법상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김원기 노무법인 산하 노무사는 “남녀를 차별해 채용할 경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제2조)에 따라 위법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사장이 개입한 채용청탁은 사업주만의 고유 업무라고 판단해 위법 행위가 아니라는 판례도 있다”면서 “앞으로 채용비리 관련 판결에서도 이 부분이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기업이 채용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채용절차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사마다 채용의 자유는 보장해주되 공정성을 담보하는 채용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선발 기준과 요건을 미리 공개하고 채용 당락과 관련해 구직자 요청시 탈락 이유에 대해 알려주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사후 조치로는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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