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했을 때 벌어진 사건은 대한민국에서 기자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기자가 중국 측 경호원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을 때 국민 중 일부는 “기레기는 맞아도 싸다”라며 비난했다.
심지어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던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북을 통해 “경호원이 기자인지, 기자를 가장한 테러리스트인지 어떻게 구분을 하겠나. 폭력을 써서라도 일단 막고 보는 게 정당방위가 아닐까”라며 폭행을 가한 중국 경호원의 행동을 두둔하고까지 나섰다.
한술 더 떠 장신중 경찰인권센터장은 “집안에서 새는 바가지 나가서도 샌다. 국내에서 안하무인격으로 하던 행태를 중국에서도 그대로 하려다 화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 폭력사태의 책임을 기자에게 돌렸다.
이제는 기자정신이란 말이 먼 옛날이야기로 들린다. 아니 앞으로 거의 들을 수 없는 말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기자를 기레기로 치부하는 시대에서는 말이다. 상처 받은 언론은 사회를 향해 저항하고 또 치유에 나설 힘마저 잃게 될는지도 모른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들은 여전히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자라면 마땅히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곧추 세우고 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한다’ ‘세상에는 아직도 진정한 기자들이 남아있다’라고.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밝았지만 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어느 것 하나 나아질 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야말로 기레기가 아닌 기자로서 살아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건가를 깊이 고민하며 펜 끝에 담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주위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고 동참하겠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기자 본연의 자세로써 국민에, 세상에 한 걸음 더 다가하는 새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