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직'까지 떠맡는데…PA간호사 법제화 싫은 의사들

의료행위 참여 PA 간호사, 근거법령 없어 법적 보호 불가능
의사인력 부족 해결 위해 대형병원 중심 PA 간호사 남용
전공의 업무 상당부분 대체에도 의사단체는 제도화 반대
전공의 파업 후 PA 업무 폭증, "사망선고, 사망진단서까지 작성"
"의료공백 실질 대체인력" 법제화 요청 靑청...
  • 등록 2020-09-04 오전 6:43:00

    수정 2020-09-04 오전 7:11:03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전공의 집단 진료거부 사태로 병원 간호인력 등의 업무 폭증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여기에 PA(physical assistant) 간호사 문제 역시 국내 의료계 의사 부족과 맞물려 다시금 논란이 되는 분위기다.

보건의료노조는 3일 진행한 ‘의사 진료거부 규탄 및 당정 면담 요청을 위한 긴급기자회견’에서 지난달 21일 이후 시작된 전공의 집단 업무 거부로 의사업무가 PA와 간호사들에게 전가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들을 소개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본원에서 정부의 4대 의료정책 반대 홍보전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조는 “전공의 집단 업무 거부로 의사업무가 전가되어 PA 및 간호사들은 업무가 가중되고 환자·보호자들의 항의에 감정노동 또한 심각한 상태”라며 “무엇보다도 전공의 전임의들의 업무 거부는 환자들의 안전에 위해를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전문의에게 업무 인수인계도 없이 전공의들이 나가버려 간호사가 전공의 업무를 숙지하고 있지 못하면 환자치료 과정이 해결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PA 및 간호사에게 의사 업무를 전가하는 불법의료가 폭증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그냥 의료행위를 못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노조가 소개한 사례를 보면 “전공의 부재로 비상진료체계가 급조돼 인턴·전공의 업무를 간호사들이 하고, PA가 의사 당직까지 서게 하는 병원”이 있었던가 하면, “전공의 업무의 대다수를 하고있는 PA의 업무가 폭증해 환자 사망선고, 사망진단서까지 PA에게 전가되는 상황”도 나왔다.

이밖에 “교수가 당직인 날 교수 사번, 비밀번호를 간호사에게 알려주고 아예 처방을 내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환자에게 진통제, 변비약, 수면제 등 즉각 처방이 필요한 약을 처방받는 데 반나절 이상 시간이 소요되고, 이 때문에 간호사에게 항의하는 일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국내 의료 현장에서 PA 간호사는 근거법령도 없이 남용되고 있다. PA 명칭 자체는 미국, 캐나다 등에서 시행하는 PA 제도에서 따온 것이지만, 합법적인 제도로 운영되는 이들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의사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PA간호사라는 이름으로 의사 업무 보조 인력을 채용해왔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PA 간호사들이 의료법 위반 경계선을 넘나드는 의료행위를 하고 병원은 업무 효율화를 명목으로, 보건당국은 인력부족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이를 묵인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나 의료사고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PA간호사들이 법률적인 보호조차 받을 수 없어 PA간호사를 제도화해야한다는 요구가 이어져왔다.

실제 2018년 3월 전문간호사 관련 의료법이 개정돼 올해 3월에는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를 명문화하는 규정이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법제화가 무기한 연기됐다.또 올해 코로나 돌발 변수가 생기기 이전에는 의사 집단에서 전문성 명목으로 전문간호사 의료행위의 명문화에 반대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 제도화가 더디게 진행된 사정도 있었다.

경영 관점에서 의료를 보는 병원 단체는 PA 제도화에 적극적이었으나, 간호사 업무의 지나친 확대를 경계하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들은 PA 제도화에 부정적이었던 것이다. 1만명 넘는 PA 인력이 운영되는 것이 현재 국내 의료현장 현실임에도 의사 집단의 ‘자기영역 지키기’ 본능이 발휘된 셈이다.

이같은 자가당착적 태도는 집단휴진에 나선 전공의들이 인력 부족으로 대학병원의 전공의 혹사 문제를 비판하면서도 의료시장에서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의대정원 확대에는 반대하는 태도와도 유사하다.

전공의 파업 후 업무 전가가 더욱 심화된 상황에서 PA간호사의 법제화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록된 것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다.

지난달 24일 등록된 “전공의파업 대신해서 일하는 간호사 (PA), 의료공백의 실질 대체인력입니다. 법제화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PA 인력들이 전공의 업무 공백까지 메우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빠른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담겼다.

PA간호사 현황을 상술한 청원인은 “면허 외의 행위로 불법의 영역에서 관행적으로 10년이상 행해오던 PA간호사들을 현실적으로 인정, 의료공백의 준의사 대체인력으로 공적인정하여 법적보호의 범위를 입안하여 현실에서 불법의 영역에서 일하는 간호사를 구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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