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읽어주는 남자]횡령 뒤엔 분식회계 '꼭' 숨어 있다

코어비트, 前 대표 횡령 감추려 150억 규모 분식회계
대법원 "이사회 불참 사외이사도 분식회계 책임있다" 판결
  • 등록 2015-02-14 오전 9:00:00

    수정 2015-02-14 오후 1:45:12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배임과 횡령. 기업인들이 감옥을 들락거리는 죄목 중 가장 많이 들어본 단어일 겁니다. 부실 경영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치면 배임죄가, 회삿돈을 개인이 빼돌리면 횡령죄를 묻게 되는데 회삿돈을 빼돌리는 것은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행위이기도 하니 배임은 항상 횡령과 붙어 다닙니다. 개와 개주인처럼 말이지요.

횡령 사건엔 분식회계도 빠질 수 없습니다. 회삿돈을 빼돌리고도 회계장부엔 이를 감춰야 하니 ‘분식의 기술’이 동원되는 것이지요. 얼마 전 대법원은 게으른 사외이사에게도 분식회계에 따른 투자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사외이사는 이사회에 나간 적이 없어 분식회계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대법원은 이사회에 참석하는 것이 주요 업무인 사외이사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죄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지요.

한때 코스닥 상장사였던 코어비트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전 대표이사의 횡령 사실을 감추기 위해 분식회계를 한 곳이죠. 횡령은 회삿돈이 빠져나가는 것이니까 이를 감추려면 빠져나간 돈 만큼을 다시 채워넣어야 하겠죠? 있지도 않은 돈이 어떻게 땅에서 솟아나고 하늘에서 떨어질 수 있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코어비트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한 비상장사 주식 55만주를 17억 6000만원에 사들입니다. 하지만, 회계장부에는 이 주식을 110억원에 산 것처럼 기록, 보유 주식의 가치를 부풀렸습니다. 비상장사는 주식시장에 상장한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의 주머니 사정을 일일이 투자자들에게 공시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특성을 악용, 횡령 사실을 감추는 수단으로 쓴 것입니다.

계열사에 돈을 빌려준 적도 없었고요, 계열사 상품을 살 때 계약금 명목으로 미리 준 선급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회계장부에는 계열사에 대여해준 돈과 선급금이 30억원에 달한다고 거짓으로 기록했습니다.

영업권을 부풀린 것도 횡령 사실을 감추는 대표적인 분식회계 수법입니다. 영업권이란 건물이나 기계, 토지처럼 눈에 보이는 자산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 명성, 경영조직, 특허권 등 오랫동안 영업을 하면서 얻게 된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을 뜻합니다. 좀 추상적이다 보니 가치를 부풀리는 데 이용할 소지가 있어 보이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코어비트는 이를 분식회계에 이용했습니다. 개점휴업 상태인 계열사가 마치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면서 영업권의 가치가 엄청나게 큰 것처럼 부풀린 것입니다.

코어비트가 이렇게 분식회계로 부풀린 금액은 150억원에 달합니다.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된 2010년 당시 자본금은 140여억원이었는데요, 거짓으로 부풀린 돈이 자본금보다도 더 많았으니 심각한 수준이었지요.

만약 코어비트의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회사의 재무제표를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분식회계 문제를 지적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이 회사에 투자해 손실을 본 투자자들도 많이 줄었을 것이고 사외이사가 투자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는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 땅의 모든 사외이사님들, 세상 일에 공짜가 없습니다. 거수기같은 사외이사가 안되시려면 지금 당장 회계 공부 다시 시작하시는 건 어떨까요? 가능하다면 이사회에 참석하기 전에 반드시 회사의 재무제표를 회계 전문가들과 검토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운 나쁘게 분식회계 손배소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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