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야인시대]① 호모나이트쿠스…밤을 지배하는 사람들

밤시간 쪼개 문화생활 즐기는 올빼미족 늘어
정부 지자체 나서 야간프로그램 만들기도
싱글족·비정규직 증가·저녁없는 직장문화 영향도
  • 등록 2016-08-05 오전 6:07:00

    수정 2016-08-05 오전 7:38:52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대한민국의 밤은 낮보다 밝다. 놀다 보니 밤인 게 아니라 아예 밤이슬을 맞으며 밤을 즐긴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피곤할 뿐이고, 야간형 인간은 하루를 두배로 보낸다는 신조로 산다.

‘호모나이트쿠스’(homonightcus). 밤에 활동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올빼미족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2002년 국립국어원의 ‘신어’에 오를 정도로 꽤 오래된 유행어다. 최근에는 지자체나 정부까지 나서서 이 단어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외국인을 겨냥해 야시장을 늘리고 광화문-남산타워를 묶은 야간투어 상품도 내놓기도 한다. 음주가무형 밤 문화도 바뀌는 추세다. 낮 동안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직장에서 치열하게 일하고 늦은 퇴근 후 시간을 쪼개 체력관리나 취미 등에 투자하려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근무하는 조누리 매니저가 손님을 응대하고 있다.
수요가 생기자 공급도 따라온다.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영화관도 생겼고 박물관·미술관도 밤늦도록 활짝 문을 연다. CGV는 CGV 강남(2012년 6월부터)과 CGV 홍대(2014년 10월부터)를 356일 연중 운영하고 있는데 여름 휴가철에는 대상 영화관을 확대한다. 올해는 지난달 18일부터 21일까지 85개 극장을 24시간으로 늘려 운영 중이다. 김대희 CGV 홍보팀 과장은 “특히 여름 성수기나 대형 흥행작이 있을 경우 탄력적으로 24시간 운영제를 도입한다”며 “올해 24시 이후 관람객이 전년 대비 109.2% 늘었다”고 전했다.

메가박스 동대문점은 매주 금·토요일 23~24시부터 영화 3편을 이어보는 심야패키지 ‘무비 올나잇’을 진행 중인데, 이제는 동대문 상권의 대표상품으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조누리 메가박스 동대문점 매니저는 “올빼미족이 느는 점을 착안해 영화제로 진행했다가 아예 고정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며 “지하철 노선 1·2·4·5호선과 가깝다 보니 현장발권도 많고 마니아층도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한국의 밤문화는 외국인도 감탄할 정도다. 외국계 마케팅회사에 다니는 영국 출신 아만다(30)는 “슬리퍼를 끌고 한 발짝만 나가면 밤에 즐길거리가 많다. 편의점도 많아 편리하고 늦은 밤 귀가길 걱정도 덜하다. 활기찬 밤문화는 서울에서만 즐길 수 있는 재미”라고 웃었다.

전문가들은 더워진 날씨 탓도 있지만 대한민국의 사회구조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늦은 결혼연령과 높은 이혼율에 따른 싱글족의 증가, 늘어난 비정규직과 잠재적 실업자의 증가, 여기에 가장 큰 이유로 저녁이 없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직장문화 등 우울한 해석 일색이다. 회사원 이양호(42) 씨는 “좋은 대학을 나와도 괜찮은 일자리 찾기가 힘들고 어렵사리 회사에 들어가도 경쟁에 치인다. 이런 좌절감이 반대로 삶을 즐기자는 주의를 낳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CGV 천호점의 야간 풍경. 직장에서 치열하게 일하고 늦은 밤시간을 쪼개 체력관리나 취미생활을 하는 ‘호모나이트쿠스’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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