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금융지주 회장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를 법으로 제한해 한 사람의 장기집권 체제를 근본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과도한 경영 자율성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는 재벌...회장 재연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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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실측은 “재벌 체제하고 유사한 게 금융지주사인데, 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지분은 전혀 없으면서도 전체를 다 통제를 하고 있다”면서 “특히 금융사는 정부로부터 라이선스(자격) 인가를 받기 때문에 순수 민간기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배구조 이슈, 금융의 권력화 사유화를 막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개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김 의원 측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사외이사, 감사위원, 회장추천위원회 등의 견제 장치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지주 회장이 사외이사 등을 우호 인력으로 꾸리게 되면 연임이 수월해지고, 결국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서 제대로 된 견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금융지주사에서 파벌 문제, 채용비리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김 의원 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를 통과될 경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더 이상의 연임이 불가능해진다. 조용병 회장은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했고, 윤종규 회장도 최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최종 후보로 단독 선정되면서 재연임에 성공한 상태다. 김정태 회장은 지난 2018년 재연임했다.
금융권은 과도한 개입이라며 비판하는 분위기다. 민간 기업의 CEO 임기를 법으로 좌지우지하는 것은 ‘시장경제 시스템을 역행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특히 주식회사로서의 주주 권리를 침해하는 경영 간섭에 해당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등 금융지주사가 일부 공공적인 기능을 맡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배구조로만 보면 국가 지분이 하나도 없는 순수 민간기업”이라며 “산업은행과 같은 금융 공기업 역할을 원한다면 은행 모두를 국유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금융지주사는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다. 우리금융지주는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간접적인 정부 지분이 있지만, 2022년까지 지분 전체 매각이 예정돼 있다.
또다른 한 금융권 임원은 “경영자가 경영을 잘하면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계속 자리를 지키는 것이고, 경영을 못하면 바뀌는 게 순리”라며 “회사를 멀쩡히 잘 이끌고 있는 CEO를 법 때문에 무조건 퇴임시키고, 새로 사람을 뽑아야 한다면 어떤 주주가 좋아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금융권 ‘포퓰리즘’ 정책에 몸살
지난달 17일 국회에서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금융회사의 임원을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 1명을 포함해 구성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을 주도한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은 “금융회사의 투명성을 높이고 금융시장의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는 게 과연 효율적인 경영을 위한 조치인 가를 두고 비판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금융권은 옥죄는 법안은 한 두개가 아니다. 현행 연 24%인 최고금리를 연 10%까지 하향 조정하자는 ’이자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등도 대표적인 사례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지만, 최고금리를 법으로 10%로 제한하면, 제도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금융소비자가 속출할 수 있고. 이들은 사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자는 취지지만, 충분한 부작용에 대한 고민 없이 우격다짐으로 규제부터 만들고 보자는 식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금융 전문가는 “외국계 금융사들이 최근 국내 시장에서 철수를 감행하고 있다는 건 국내 금융권에 대한 규제가 얼마나 심한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라며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시장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규제를 시행하기 전에는 반드시 시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 금융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보이는 손’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다”면서 “금융시장의 자체적인 시장 시스템을 인정해줘야 한국 금융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