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보이는 경제지표]돈이 안돈다?…5만원권 실종에 통화승수 역대 최저

코로나19에 고액권 보유 심리 강해져
5만원권 환수율 24.2%.."10장 중 2장만 환수"
이주열, 실물로 돈 가게 하려면.."기업 활동 촉진해야"
  • 등록 2021-01-19 오전 6:00:00

    수정 2021-01-19 오전 6:00:00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자동화기기(ATM)에 5만원권 수급사정이 여의치 않아 가급적 1만원권 인출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시중 자금은 넘쳐나는데 가계로, 기업으로 돈이 제대로 돌고 있지 않고 있다. 일명 ‘돈맥경화’ 지표인 통화승수는 작년 내내 사상 최저 수준을 경신해왔다. 코로나19에 대외 활동이 제한되고 경기 불안이 커진 탓에 현금을 쥐고 있으려는 성향이 강해진 영향이다. 특히 고액권인 5만원권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5만원권 환수율은 작년 24.2%로 역대 최저 수준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5만원권 10장을 찍으면 고작 2장만 다시 돌아왔다는 얘기다.

내달말부터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백신 약발로 ‘돈맥경화’ 현상이 좀 나아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시중에 떠도는 돈이 실물경제로 유입되게끔 하는 묘책이 절실하다.

(출처: 한국은행)
◇ 통화승수 하락 속도 커져..`코로나에 현금 쟁여놓자`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에 돈이 얼마나 잘 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통화승수(M2·광의통화/본원통화)’는 작년 11월 14.4배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통화승수는 2009년 5만원권이 발행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왔긴 했으나 작년 코로나19에 현금 보유 성향이 강해지면서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2018년말, 2019년말까지만 해도 통화승수는 15.6배를 유지했으나 이번엔 하락폭이 유독 컸다.

통화유통속도(명목 국내총생산/M2)도 작년 2분기 0.62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3분기엔 0.63로 소폭 나아지긴 했어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에 대면 활동이 어려워지고 가계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현금을 쥐고 있으려는 성향이 강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표를 살펴보면 가계 및 비영리기관(이하 가계)의 현금 보유는 작년 들어 3분기까지 13조2000억원 가량이 증가해 2009년 통계 개편 이후 최대폭 증가했다. 가계, 기업 등의 수시입출식 예금 증가액도 189조3000억원으로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였다.

통화승수 하락의 구조적 원인이 됐던 5만원권 환수율 역시 작년 급격하게 추락했다. 5만원권 환수율은 2012년 61.7%에서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경제 심리 위축에 25.8%로 낮아졌다가 서서히 증가, 2018년 67.4%, 2019년 60.1%를 기록했다. 그러나 작년 24.2%로 그 수준이 낮아졌다.

통화승수가 높아지기 위해선 가계, 기업 등 각기 다른 경제주체간 자금이 이동해야 한다. 예컨대 세입자가 전세 자금 대출을 받아 이 돈을 집주인에게 줄 경우 가계끼리의 자금 이동이기 때문에 통화승수에는 잡히지 않는다. 가계에서 기업으로, 기업에서 가계로 자금 이동이 일어나야 통화승수는 높아진다. 기업 역시 대출을 받아 혹시 모를 유동성 위기에 쌓아둘 뿐 이를 임금 인상 등을 통해 가계로 이동시키는 형태의 자금 이동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작년 11월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0.9% 감소,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것에 반해 설비투자가 3.6% 증가해 전월 대비 플러스로 전환한 것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출처: 한국은행)
◇ 코로나19 백신이 돈맥경화 지표 개선시킬까


시중 유동성이 가계 소비, 기업 투자 등 실물 경제로 이동하기 위해선 코로나19 확산세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부가 내달말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기로 한 만큼 대면 활동이 가능한 시기가 앞당겨진다면 사상 최저 수준의 돈맥경화 지표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 백신 관련 국민 인식이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과 전문여론조사기관 케이스탯리서치에 따르면 8~10일 18세 이상 전국 성인 남녀 109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백신 접종 시기에 대해 “(어느 정도 혹은 최대한) 지켜보다 맞겠다”는 의견이 67.7%에 달했다. 국민 절반 이상이 백신 접종에 미온적이라 향후 코로나19와 관련된 경기 불확실성 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시중에 떠도는 돈이 조금이라도 실물 경제로 이동하기 위한 해법도 제한적이긴 하다. 다만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등 가계보다는 기업쪽에 좀 더 기회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기준금리를 연 0.50%로 동결한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풀린 돈이 실물경제로 이동하기 위한 해법을 묻는 질문에 “풍부한 유동성을 어떻게 생산적 방향으로 이동하게 하느냐에 대한 것은 사실상 한 가지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정부는 물론 모든 경제 주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기업 활동을 촉진해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고 수익성을 제고하는 쪽으로 도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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