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소설]③인플레, 하락한다는데 바이든이 쌍욕?!…"'임금' 다르다"

지지율 하락 원인 '인플레' 이유도 있지만
사람들이 '인플레'에 주목한단 사실 자체가 불안
'화폐 착각'에 기업 감익에도 임금 인상 요구 가능성 때문
"한 번에 50bp 기준금리 인상 제안, 임금 상승 지속 차단 제언"
  • 등록 2022-01-31 오후 1:00:24

    수정 2022-01-31 오후 7:13:42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묻는 기자에 욕(Stupid son of a bitch)하는 소리가 마이크에 그대로 흘러들어 갔습니다. 올해 중간 선거를 앞두고 떨어진 지지율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가 봅니다. 다행인 것은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작년 연말 꺾였고, 미국 물가도 올봄을 기점으로 피크아웃이 관측된단 점입니다.

임금과 물가 간의 악순환적 상승(Wage-Price Spiral)이란 말이 있습니다. 임금이 올라 비용이 증가한 기업이 이를 메우기 위해 제품 가격을 상승시키고, 이는 다시 임금 인상을 부르고 또 제품 가격을 올린다는 끝도 없는 상승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더 큰 문제는 임금이 물가를 따르지 않을 때도 있단 점입니다. 나쁘게 보면 물가가 내릴 때도 임금이 오른단 소립니다. 이는 우리 인간이 수요와 공급에 맞춰 가격이 정해지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가 정점을 코앞에 둔 바이든이 이성을 잃은 근본적인 이유일 수도 있겠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실질보다 명목” 화폐 착각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화폐 착각(money illusion)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은 자신의 저서 ‘인플레이션 이야기’에서 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와 엘다 샤피르가 한 유명한 실험으로 이를 설명합니다. 철수는 물가 상승율 0%인 상태에서 A란 회사에 연봉 4000만원을 받고 입사했고 2년 차에 연봉이 2% 인상됐습니다. 다른 나라에 사는 영희는 B라는 회사에 똑같이 연봉 4000만원으로 입사했지만, 입사 첫해 그 국가의 물가상승률은 4%였고 입사 2년 차에 연봉은 5% 올랐습니다. 실질임금상승률은 철수가 더 크기 때문에 사람들은 누가 더 유리하냐는 질문에 71%가 철수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누가 더 행복하냔 질문엔 64%가 영희라고 답했습니다. 화폐 착각은 이처럼 돈에 있어 실질 가치보다 일단 내 눈앞에 보이는 명목가치를 더 우선하는 사람들의 ‘비합리적’ 사고를 말합니다.

경제 전문가와 일반 대중과의 인식 차이에서도 화폐 착각의 존재는 여실히 드러납니다. 로버트 쉴러 교수는 과거 두 그룹에 물가상승률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급여가 오르면 물가가 그만큼 오르더라도 직업에 대한 만족도와 보람이 증가할 것’이란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비율은 경제학자는 90%지만 일반인은 41%였습니다. ‘몇십 년 후 대학 학비나 생활비가 몇십 배 오를 것인지 말하는 전망을 들었을 때, 수입은 그만큼 오르지 못할 것이란 불안을 느낀다’란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비율은 경제학자가 20%, 일반인은 86%였습니다.

사실 두 질문에 대한 ‘정답’을 말한 건 전문가 집단입니다. 급여가 올라도 물가 상승률이 그만큼 오르면, 진짜 내가 거둔 수익은 없는 거나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 월급이 물가상승률을 좇아가지 못할 거란 일반인들의 불안도, 기업들이 임금 책정 시 물가상승률을 고려한단 점에 따르면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효율성임금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언제나 시장에서 책정된 가격보다 웃돈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말입니다. 실질 임금보다 명목 임금을 중시한다는 화폐 착각은 생각보다 만연해 있는 것입니다.

물가 낮아도, 임금은 오른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에 대해 초민감 상태에 있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어서일 겁니다. 미국 CBS 방송이 지난 12~14일 미국 성인 209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좌절을 느꼈단 답변은 전체 응답자의 50%로 나타났습니다. 실망은 49%, 불안은 40%, 만족은 25%에 불과했습니다. 바이든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38%에 불과하고 물가 문제에 대해선 30%만 그를 지지했습니다. 65%는 인플레 대응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바이든이 이성을 잃은 이유를 조금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화폐 착각을 겪는 많은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그 자체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만을 품는다는 것은 ‘내 월급이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라는 불안을 자극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기도 합니다. 화폐 착각으로 임금인상률이 물가를 따라잡지 못할 거란 불안은, 실제 임금 인상 요구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큰 것입니다. 중요한 건 임금 인상에 물가 상승이 반영되는데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더 높은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단 것입니다. 가뜩이나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유휴 인력(Slack)이 많아졌고, 최근엔 오미크론까지 겹쳐 노동자가 많이 줄어 있는 상황입니다. 오미크론이 없던 작년 여름에도 뉴욕의 웨체스터 뉴로셸 TJ맥스 매장 등은 알바를 구하기 위해 시급 최대 35달러를 줬습니다.
더 최악의 경우를 얘기해 보자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으로 미국의 경기가 안 좋아지는 가운데서도, 임금 상승이 계속될 수 있단 점입니다. 이 역시 명목 임금에 집중하는 우리의 화폐 착각 때문입니다. 디플레가 일어난다고 해서, 경기가 안 좋다고 해서 임금이 깎이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월급을 대하는 태도엔 공정성(fairness)이 개입해 있습니다. 사용자들도 이를 간파하고 있습니다.

예일대학의 트루먼 뷸리는 뉴잉글랜드의 경기가 침체에 빠졌던 1991년과 1992년에 왜 명목임금이 삭감되지 않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실업률이 높았기 때문에 다른 노동자를 쉽게 구할 수 있었음에도 고용주들은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을 불공정하게 받아들일 것이고, 그러면 노동자들의 근로 의지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경기가 회복됐을 때 노동자들이 여전히 서운한 감정을 풀지 않고 쉽게 그만둘 가능성이 있다”며 월급을 깎지 않았습니다.

미국 기업 이익은 아직 견조

김효진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970년대 그레이트 인플레이션 때 소비자물가는 내렸으나, 시간당 평균임금이 올라가는 그래프와 기업들의 세금 후 이익이 줄어들었음에도 임금상승률이 더 빨라진 그래프를 주목합니다. 그러면서 최근 시장에서 연준이 빠른 긴축을 할 거란 우려가 퍼진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는 그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레이트 인플레이션 사례와 이에 대한 미국 연준의 평가를 종합할 때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임금”이라며 “한번 오른 임금의 파장은 생각보다 컸는데, 물가 상승률이 낮아져도 임금 요구는 더 거세졌으며 기업 이익이 감익으로 돌아서도 임금 인상은 계속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월가 투자자들이 오히려 한 번에 50bp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 것의 배경 중 하나라고도 생각한다”며 “최근과 같은 임금 상승이 팬데믹 이후 나타난 이상 현상을 넘어 지속될 가능성을 차단하잔 제언으로 판단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나마 바이든에 위로의 말을 건네자면, 역시 임금을 대하는 태도가 인플레이션 인지가 아닌 화폐 착각과 공정성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듯싶습니다. 나쁜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플레가 낮아도 임금은 올려줘야 하는 것이 맞지만, 동시에 인플레가 높을 때 임금을 꼭 그만큼 다 올려줘야 할 필요는 없단 얘깁니다. ‘이 정도면 공정하다’를 느끼는 수준에 그쳐도 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연준이 성공적인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해내, 긴축 전환에 미국 경제가 잘 버티며 장단기 금리 차가 그렇게 빨리 역전되지 않는 것까지도 확인된다면, 다시 말해 미국 경제가 잘 버텨만 준다면 임금 인상은 기업들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있습니다. 편차는 있지만 여전히 미국 기업들의 전체 이익은 견조합니다. 27일 기준 삼성증권과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스탠더드푸어스(S&P)500 기업들 기준,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는 연초 대비 1.2% 증가했고, 나스닥도 같은 기간 1.4%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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