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읽어주는 남자]수사선 오른 포스코의 속사정

내부 직원 "연구개발비 부풀려 500억 규모 분식회계 혐의" 주장
포스코 "2005년 국세청에 추징금 내고 끝난 사안"
  • 등록 2015-03-21 오전 8:30:00

    수정 2015-03-22 오후 3:50:41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신용등급 AAA급의 초우량 기업 포스코(005490)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분식회계’라는 험악한 단어와 함께 말이죠.

일부 언론은 포스코 내부 직원의 말을 인용해 포스코가 지난 2007년 ‘파이넥스 공정’이라 불리는 석탄처리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5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혐의가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공정을 통해 철강 제품을 생산했는데 이에 사용된 원료비를 연구개발비로 돌렸다는 겁니다.

우리 정부는 기업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면 법인세를 감면해줍니다. 연구개발비는 당장 기업의 매출에 도움이 되진 않지만, 기업의 백년대계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투자해야 할 돈이지요. 대규모 연구개발비가 나가면 수익성엔 나쁜 영향을 주게 되니 정부는 기업의 연구개발을 도와주기 위해 세금을 줄여주는 것입니다.

일부 부도덕한 기업들은 이런 제도를 악용해 탈세를 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원료를 구입 하는 데 들어간 돈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한 것처럼 회계장부를 꾸미고 정부로부터 세제 혜택을 받는 것이죠.

포스코는 고의성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지난 1998년부터 2005년까지 파이넥스 공정 관련 연구개발비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 일부 회계규정 위반 혐의가 있었습니다. 당시 국세청은 연구개발비를 부풀려 부당하게 세금 감면을 받은 혐의로 1700억원 규모의 추징금을 부과했지요. 포스코가 1998년부터 파이넥스 공정에 투자한 1조 6000억여원을 몽땅 연구개발비로 처리하다 보니 부당하게 세액 감면 혜택을 받아왔다는 겁니다.

포스코는 이 같은 국세청의 조치가 과도하다며 과세불복 청구를 했고 국세청은 포스코 측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보고 추징금 일부를 돌려줬습니다. 국세청은 왜 거둬들인 추징금을 돌려줬을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비에 대한 회계처리 방식부터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500억원어치의 석탄이 있습니다. 이 석탄을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철강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했고 제품이 팔려 매출을 올렸다면, 석탄을 사는 데 들어간 비용 500억원은 매출원가가 됩니다. 철강제품이 팔리지 않은 채로 창고에 쌓여 있다면 이 돈은 재고자산이 되는 것이죠.

연구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시제품은 시장에 내다 팔 수는 없습니다. 시험 삼아 한번 만들어본 것이니까요. 이런 시제품을 만들 때 사용된 석탄 값은 연구개발비로 잡는 게 맞습니다. (일부 기업은 연구개발비로 쓴 돈을 재고자산으로 둔갑,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이익을 부풀리기도 합니다)

즉, 포스코는 파이넥스 공정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회계처리했던 1조 6000억원 중 실제 상품을 만드는 데 쓰인 돈을 매출원가나 재고자산 항목으로 따로 처리하지 않고 연구개발비로 처리했던 부분이 있었던 겁니다. 포스코는 이렇게 잘못 처리한 부분에 대해서만 추징금을 내면 된다고 봤고, 국세청도 이에 동의했습니다. 포스코의 연구개발비 관련 분식회계 혐의는 이렇게 일단락됐습니다.

최근 일부 언론에 제보한 포스코 내부 직원이 주장하는 것은 이와 비슷한 분식회계 행위가 국세청의 추징금을 부과받은 뒤인 2007년에도 있었다는 겁니다. 물론 포스코 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국세청에 추징금을 내는 수모를 겪고 같은 실수를 반복할 바보같은 기업이 어디있겠느냐는 것이죠.

언론에선 제보자들이 분식회계를 감리하는 금융감독원에도 작년 11월 이 같은 사실을 제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금감원이 제보를 받아 들여 조사에 착수할까요? 신고된 분식회계 의심 규모가 500억원이라면 금감원은 감리에 착수하지 않습니다. 금감원은 기업 총자산과 매출액을 더한 값을 반으로 나누고 이 금액의 1%가 넘는 액수의 분식회계에 대해서만 감리를 하는데 포스코의 자산 규모는 54조원에 달합니다. 금감원은 기업의 건전성에 영향을 줄만한 분식회계를 조사하는 곳이지 개인의 횡령, 배임 혐의를 조사하는 검찰청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결국 이 모든 진실을 규명해야 할 책임은 검찰에 있습니다. ‘부관참시(剖棺斬屍)’가 아닌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휘두르는 모습. 국민이 검찰에 기대하는 모습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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