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집단대출‥실수요자는 비명(종합)

작년 하반기 가계대출 관리 강화하면서 감소
초기분양률, 분양지역, 규모 따라 깐깐한 심사
  • 등록 2017-02-13 오전 6:00:00

    수정 2017-02-13 오전 6:00:00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지난해 강동구 고덕동에서 인기리에 청약을 마친 한 아파트 분양권을 매입하려던 A씨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조합과 시중은행의 중도금 집단대출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다. 혹시라도 돈줄이 막힐 수도 있고, 고금리가 적용된다면 이자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녀들을 생각해 한 곳에 정착하려던 그는 대출 부담에 발만 동동 구르며 상황을 지켜보는 신세가 됐다.

은행권이 아파트 집단대출을 바짝 옥죄면서 실수요자들까지 ‘대출절벽’에 직면하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부실 위험과 입주폭탄이 맞물리면서 당국이 집단대출에 한층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초기 분양률, 분양규모 등을 엄격히 체크하며 집단대출에 나설 아파트 단지를 선별하고 있다. 집단대출 규모는 자연스럽게 감소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점점 더 조이는 집단대출‥전성기 대비 반토막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 1월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신규 승인액 규모는 2조6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2014년부터 부동산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한때 월평균 5조원 수준이던 시중은행의 신규 승인액은 작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줄고 있다. 작년 4분기(10∼12월) 평균 2조5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진 뒤 올해도 이런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잠정치라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2014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1월 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33조7320억원으로 한 달 간 8015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2014년 3월 7800억원 증가한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최소다.

아파트 집단대출이 줄어든 것은 작년 하반기 이후 대출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다. 집단대출이 1300조원 규모로 커진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후다. 작년에는 은행이 대출위험을 10%가량 떠안도록 했고, 올해부터는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에 한해 현재 일반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고 있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 중이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상환능력 범위에서 돈을 빌려 처음부터 나눠 갚는 게 핵심이다.

감독 당국이 대출을 죄자 은행의 대출태도도 갈수록 깐깐해지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국내 은행이 예상한 가계주택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30으로 나타났다. 작년 4분기 -27에 비해 하락했다. 이 지수가 마이너스면 대출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답한 금융기관이 완화하겠다는 곳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초기 분양률이 관건‥사업규모 큰 곳도 대출부담

은행 입장에서도 당국의 규제 뿐 아니라 대내외 불확실성이 심해지면서 위험관리의 고삐를 바짝 죌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정되면서 시장금리도 덩달아 오르고 있고 최근 몇 년 간 집중됐던 분양물량의 입주시기가 몰리면서 아파트 가격의 하락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작년말부터 대출금액이나 금리를 조절하는 식으로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던 한 아파트의 경우 최근 지방은행 2곳과 금리 연 4.2%에 중도금 대출 약정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전 보다 금리가 1%포인트가량 오른 것이다.

은행은 집단대출을 심사할 때 초기분양률, 분양지역, 공급물량과 규모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특히 초기 분양률이 관건이다. 아파트의 사업성과 직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요가 많은 곳이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고, 이런 곳은 아파트 가격 하락위험이 적은 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이 초기 분양률을 주목한다”면서 “최소 80%는 돼야 시중은행의 집단대출을 받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서울이나 수도권을 포함해 아파트 수요가 많은 곳이 아닌 지방이거나 최근 공급물량이 집중된 곳도 대출받기 까다롭다. 분양 규모도 관건이다. 작년 10월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분양한 아파트는 청약자만 3만6000여명이 몰린 인기단지였지만, 아직 일반 분양 중도금 대출 은행을 구하지 못한 형편이다. 일반 분양물량이 2000가구가 넘어 덩치가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작은 59㎡형도 분양가가 6억원이 넘는데, 전체 일반분양 가구가 집단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거의 1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은행 한 두 곳으로는 대출을 감당하기 벅찬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대출을 관리하면서 집단대출은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부동산 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나오지만,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서는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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