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상비약 판매 5년…분할결제 편법에 약물 오남용 우려

판매 개수 제한 규정에도 편의점 39% 다량 판매
일부 편의점 '분할결제'로 상비약 판매로 돈벌이
약사회 "상비약품 위법 판매 사후관리 강화해야"
  • 등록 2017-06-26 오전 6:30:00

    수정 2017-06-26 오전 6:30:00

일부 편의점들이 감기약과 소화제 등 안전비상의약품을 한 번에 1개만 팔 수 있도록 한 제한규정을 어기고 상비약별로 분할결제하는 편법으로 사실상 다량판매를 하고 있어 의약품의 오남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동전을 세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현욱 권오석 기자] 기자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역 인근의 한 편의점에서 타이레놀 500㎎ 세 상자를 계산대에 올려놓자 아르바이트생은 “한 번에 결제가 불가능하니 나눠 계산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법에 의하면 타이레놀과 같은 비상의약품은 편의점에서 1회에 1개만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편의점에선 분할결제를 권유하는 방식으로 다량 판매가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대문구와 중구에 위치한 다른 편의점에서도 타이레놀 세 상자를 사려고 하자 역시 분할결제를 요구했다. 반면 현행법에 따라 두개 이상은 구입할 수 없다는 설명은 없었다.

국민 편의를 위해 편의점에서도 상비의약품을 살 수 있도록 한 제도가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약물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약국이 문을 닫는 심야시간이나 공휴일에도 편의점에서 감기약·소화제·두통약 등을 살 수 있게 허용하자 일부 편의점이 분할결제란 ‘꼼수’로 잇속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편의점 39%, 상비약 다량 판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편의점 3만 3547곳 중 83.6%(2만 8039곳)에서 의약품을 팔고 있다. 대한약사회가 지난 1월 수도권 편의점 300곳을 점검한 결과 39%(117곳)가 동일 의약품을 2개 이상 복수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의 포스(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 단말기로는 동일의약품을 한 번에 2개 이상 판매할 수 없지만, 일부 편의점이 이를 따로따로 결제하는 방법으로 복수 판매를 하고 있다.

현행 약사법 44조2항은 편의점에서 상비약의 1회 판매수량을 1개로 엄격히 제안한다. 위반하면 점주에게 1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1년 안에 이를 3차례 위반하면 기초자치단체장은 편의점의 의약품 판매 등록을 취소하도록 했다.

지방자치단체 산하 보건소들은 분할결제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단속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 소재 한 보건소의 관계자는 “고객으로 위장해 상비약을 구입하는 방법으로 단속할 수 있겠지만 수사기관도 아닌데 월권이 아닌지 내부에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2년 11월 이 제도의 시행 이후 서울 시내 편의점 가운데 복수판매로 과태료나 등록취소 처분을 받은 곳은 10개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바생 의약품 판매교육도 안 받아

편의점 점주와 알바생을 대상으로 한 의약품 판매교육이 형식적인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의약품을 판매하려는 점주는 대한약사회가 주관하는 4시간의 교육을 받은 뒤 수료증을 보건소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알바생의 경우 점주와 달리 교육을 수료할 의무가 없다. 실제 판매는 주로 알바생이 맡기 때문에 의약품 판매관리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판매업소의 허술한 관리로 상비약의 위해성이 높아지는 것은 제도 도입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관리 체계라면 제도 철회가 국민 건강에 더 바람직하다”고 비판했다.

조찬휘 대한약사회장도 지난 20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안전상비약 판매업소의 위법행위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편의점이 아닌 약국들이 당번제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해 심야나 공휴일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본지 기자가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타이레놀 500mg 두 상자를 아르바이트생 권유로 나눠 계산한 뒤 받은 영수증. (사진= 권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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