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이 미래의 양식]‘새우양식'메카로 떠오른 신안군..성공하면 ‘노다지’

전남 신안군 새우양식장 르포
7원짜리 새끼가 400원으로 커
연간 수입이 수억원에 달해
성공사례에 불법시설도 우후죽순
  • 등록 2016-11-26 오전 11:00:05

    수정 2016-11-26 오전 11:02:14

가로·세로 150m의 내수면 새우양식장에서 인부들이 그물에 모인 새우를 잡고 있다. 사진=김상윤 기자


[전남 신안군=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아따 토실토실하게 살이 올랐네.”

얼굴이 검게 그을린 인부 이구찬(49)씨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며 웃었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지난달 21일, 전남 신안군 압해읍의 한 새우양식장(7만2000㎡)에는 막판 새우잡기가 한창이었다. 바닷물처럼 물 순환을 도와주고, 공기를 주입해주는 수차가 연신 소리를 내며 가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새우양식장은 바닷물을 막아 인공으로 조성된 내수면에 위치했다. 가로·세로 150m의 정사각형 3개로 이뤄진 양식장은 거대한 호수 같았다. 양식장 가장자리에는 어망이 서너개 자리잡고 있었다. 양식장에서 떠돌던 새우들이 사료를 먹고 잡히는 장소다. 물속에 있던 어망을 들어올리니 푸르스름한 빛깔의 새우가 파닥파닥 날뛰었다.

빗속에 실눈을 뜨고 묵묵히 새우를 건져 올리던 인부들이 말을 했다. “색깔이 참말로 좋네이. 끝물이라서 그런지 더 이쁜디.” “야행성이라 낮에는 잘 안돌아 댕기는데 기자 양반이 따라와서인지 오늘따라 많이 잡혔나벼.”

그물에서 건져올린 새우들은 원통 스티로폼 8개로 만든 간이선박의 가운데에 위치한 저장소로 한가득 쏟아졌다. 좁은 공간에서 서로 부딪히다보니 마치 자갈 고르는 소리 못지 않게 시끌시끌하다. 전남 장항에서 도매업체를 운영하는 김두석(45)씨는 일손이 모자르자 직접 배를 탔다. “새우들이 노래를 부르는디? 오늘 500㎏(1㎏당 새우 35~40마리)를 채워가야 하는데 충분하것제?” 그는 기분이 좋아 계속 흥얼거렸다. 김씨는 갓 잡은 새우를 잡아 껍질을 뜯어 먹으면서 “달다, 달아! 좋은 새우는 양념없이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1004개의 섬으로 이뤄져 ‘천사’의 섬으로 불리는 신안군은 새우 양식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조석간만의 차로 깨끗한 바닷물을 이용할 수 있어 새우 양식에 제격이다. 신안군은 지난해 연간 전국 생산량의 60%인 2011t의 새우를 키워 318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염전으로 유명했던 신안군이 이제는 새우양식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신안군청 관계자는 “새우 양식이 돈이 되니 폐염전을 활용해 새우양식장으로 바꾸는 사례도 많다”면서 “신안 주민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수산 도매업체를 운영하는 김두석 씨가 직접 양식 새우를 잡아 끌어 올리고 있다.
새우 양식은 보통 4월부터 10월까지 이뤄진다. 봄에 새우 새끼를 양식장에 뿌린 다음 7월까지 사료를 먹이면서 키운다. 어떤 사료를 주느냐에 따라 성장속도가 다르다. 이씨는 “가리비, 멸치, 새우 가루를 비타민과 섞어서 주기도 혀. 어떨땐 저보다 훨씬 잘 먹는디”라고 했다. 빠르게 자라면 7월 중순부터 수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 관리도 양식의 성패를 좌지우지 한다. 바닷물을 막아 양식을 하기 때문에 적정한 시점에 물을 갈아줘 수질을 유지시켜줘야 한다. 밀물 때 펌프를 켜 깨끗한 바닷물을 들여오고, 썰물 때는 반대로 물을 내보내는 식이다. 이곳 양식장 사장인 이홍완 씨(왕새우 신안군 양식협회 부회장)는 폐사율이 20%내외면 나름 잘한 1년 장사”라면서 “바이러스에 강한 흰다리새우를 키우고 있지만 물 관리를 못한 곳은 폐사율이 50~60%까지 올라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곳에서 연간 30t의 새우를 생산한다. 1㎏당 시세가 2만5000원을 감안하면 연간 7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7원짜리 새끼 새우를 키워 400원에 파는 ‘노다지’장사다. 사료, 전기세, 얼음, 인건비 등 기타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3억~4억원의 수입이 남는다. 영업이익율이 40~50%에 달하는 셈이다. 이씨는 “한때 잘 될 때면 매년 빌딩을 샀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자연재해가 가장 큰 리스크라 한번 실패하면 수억원의 피해를 보는 사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성공사례가 나오니 부작용도 없지는 않다. 너도나도 새우양식에 뛰어들다보니 허가를 받지 않고 양식을 하는 불법 사례가 수두룩하게 발생한 것이다. 새우양식장 시설 허가 절차가 번거롭고 복잡해 양식어민들이 이를 기피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10곳 중 9곳이 불법시설로 드러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자 신안군은 불법시설로 확인된 193곳(정상시설 29곳)의 새우양식장의 80%는 합법시설로 전환시켰다.

이씨는 “제도를 잘 몰라서 신고를 못해 벌금을 낸 주민들도 많이 있다”면서도 “어가소득에 도움이 되겠지만 성공사례만 보고 따라오다가 그냥 실패할 수도 있어 잘 판단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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