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친정 돌아왔지만… 다시금 짐싸는 웅진코웨이

1987년 설립돼 웅진그룹의 주요 캐쉬카우로 활약
웅진그룹, 법정관리 당시 MBK에 코웨이 매각
절치부심 윤석금, 지난 3월 웅진코웨이 되찾아
계열사 법정관리 등 여파로 지난 6월 재매각 결정
  • 등록 2019-09-13 오전 9:15:00

    수정 2019-09-13 오전 10:07:46

코웨이 인수를 발표하는 윤석금 회장(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국내 1위 정수기 렌탈 사업체 웅진코웨이(021240) 매각 본입찰이 오는 25일 진행된다. 한때 웅진그룹의 상징이었던 코웨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의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에 매각됐다 6년 여만에 친정에 돌아왔지만 채 3달을 버티지 못하고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룹의 알짜배기 계열사였던 웅진코웨이가 눈물을 머금고 친정을 떠난 데에는 윤석금 회장이 추진한 무리한 기업 인수합병(M&A)에 따른 그룹사의 재무구조 악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M&A와 신규 사업 진출로 사세 확장에 성공했던 윤 회장의 성공 신화가 외려 독으로 작용한 셈이다.

말단 사원에서 그룹 회장으로… 윤석금의 성공 신화

윤 회장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한국 지사의 말단 사원에서 국내 중견 그룹사 회장의 직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전 세계 지사에서 가장 많은 백과사전 판매고를 올리는 탁월한 영업 능력을 보여줬고 이를 바탕으로 1980년 웅진씽크빅의 전신인 ‘헤임인터내셔널’을 세워 독립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의 과외금지법을 계기로 시작한 학습 교재 사업으로 웅진씽크빅의 사세는 순식간에 확장됐다.

윤 회장은 1987년 동일산업을 인수해 ‘아참햇살’, ‘초록매실’로 유명한 웅진식품을 세워 식음료 사업에 진출하며 본격적으로 회사의 몸집을 불려나갔다. 무엇보다 1989년 설립한 코웨이가 주요한 캐쉬 카우 역할을 하며 그룹의 실적을 단번에 끌어올렸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수기 매출 급감에 따라 추진했던 정수기 렌털 사업이 크게 성공하면서 코웨이는 정수기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입지를 굳혔다. 웅진그룹의 재계 순위도 30위권까지 높아졌다.

승승장구를 거듭한 윤 회장의 진격은 계속됐다. 2006년 신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웅진에너지를 설립했고 2007년 론스타로부터 극동건설을 6600억원에 인수했으며, 2008년에는 새한(옛 웅진케미칼)을 사들이며 화학소재 사업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치며 몸집 불리기에 급급했던 웅진그룹은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떠나보낸 코웨이 되찾는 웅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당장 국내 주택시장을 침체에 빠뜨렸다. 건설업계에 불황이 닥치며 극동건설은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그룹 지주사인 웅진홀딩스는 극동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유상증자, 차입금 제공, 연대 보증까지 나섰지만 기울대로 기운 극동건설을 되살리는 데에는 실패했다.

결국 극동건설에 과다한 자금을 쏟아부어 재무 건전성이 악화됐던 웅진홀딩스는 2012년 12월 극동건설과 함께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웅진그룹은 법정관리를 졸업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를 외부에 매각하기 시작했다. 웅진그룹의 사세를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던 웅진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웅진식품은 한앤컴퍼니에, 웅진케미칼은 일본 도레이첨단소재에 넘겼다.

주요 계열사 매각과 윤 회장의 사재 출연에 힘입어 웅진그룹은 2014년 2월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절치부심에 나선 웅진그룹은 터키에서 한국형 정수기 렌털 사업을 시작한다. 웅진코웨이 매각 당시 국내에서 5년간 렌털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겸업 금지 조항에 합의한 탓이다. 이후 5년이 지난 2018년 윤 회장은 코웨이 인수를 공식화 했고 스틱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증권과 손잡고 올해 3월 웅진코웨이 지분 22.71%를 1조7000억원에 사들이는데 성공한다.

다시금 흔들리는 친정에… 새 주인 찾아나선 코웨이

웅진코웨이를 사들이면서 축제 분위기던 웅진그룹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다. 계열사 중 하나인 웅진에너지가 감사 거절 의견을 받으면서 발행했던 전환사채(CB)들이 기한이익상실(채무자의 신용위험이 커지면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것) 사유가 발생해 크로스 디폴트(Cross Default)가 난 것.

결국 웅진에너지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이에 따른 여파와 코웨이 인수를 위한 무리한 자금 수혈로 한국신용평가는 지주사 웅진의 신용등급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까지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하락은 회사채 조달 자금 금리 인상과 직결된다. 이미 코웨이 인수로 한계에 다다랐던 웅진그룹의 재무 여건으로는 높아진 자금 조달 금리로 유동성 위기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결국 웅진그룹은 코웨이를 다시금 매물로 내놨다.

다만 매각의 성공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웅진그룹과 매각 주관사 한국투자증권은 웅진코웨이의 매각 대금을 2조원 수준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웅진그룹으로서는 지분 인수가인 1조7000억원 외에도 인수금융 등에 들어간 이자 부담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주요 인수 후보인 SK네트웍스 등은 현금성 자산이 부족하고 칼라일 등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들로서도 인수 의지를 뚜렷이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IB 업계 관게자는 “웅진그룹이 MBK파트너스로부터 코웨이를 되사왔을 때도 해당 인수가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면서 “재무 부담으로 코웨이를 내놓은 웅진으로선 원하는 가격을 제시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매각 작업을 철회할 수 없는 만큼 후보자들로서는 가격을 떨어지길 기다리며 ‘장기전’에 대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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