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 희박' 중환자 아내 호흡기 뗀 남편, 참여재판서 징역 5년

  • 등록 2020-09-11 오전 7:28:18

    수정 2020-09-11 오전 7:28:18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중환자실에 입원한 아내의 인공호흡기를 7일 만에 떼어내 숨지게 한 남편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사진=연합뉴스)
10일 춘천지법 형사2부(진원두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모(59)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해 6월 4일 충남 천안시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아내(56)의 기도에 삽관된 인공호흡장치를 제거해 저산소증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5월 29일 이씨는 노인전문병원에서 아내와 함께 요양보호사로 일하던 중 빈 병실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아내를 발견했다.

아내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씨는 아내가 쓰러진 원인과 병명이 나오지 않자 같은 달 31일 아들이 사는 천안지역 한 병원으로 옮겼다.

나흘 뒤 이씨는 자신의 손으로 아내의 기도에 삽관된 인공호흡장치를 손으로 완전히 뽑아 제거해 저산소증으로 숨지게 했다.

중국동포인 이씨와 아내는 1985년 중국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치매를 앓는 아버지 수발에 힘든 형편에서도 아들·딸과 함께 화목한 가정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아내가 2016년 한국에 입국했고, 이어 이씨가 2018년 들어왔다. 두 사람은 경북 김천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했다.

병원은 이씨를 고발했고, 검찰은 호흡기를 제거하면 아내가 숨질 것을 알면서도 이를 제거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이씨를 재판에 넘겼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이씨는 아내의 소생 가능성이 없었던 점과 아내가 생전에 연명치료는 받지 않겠다고 밝힌 점, 하루에 20만∼30만원에 달하는 병원비 등으로 인해 범죄를 저질렀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호소했다.

또 내국인처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도 없는데 월급보다 많은 병원비로 인해 경제적 부담이 컸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에 사는 아들이 얼마 전 딸을 낳아 집을 사기 위해 적지 않은 대출을 받는 등 자식들에게 도움을 받을 형편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씨 측은 아내가 죽음에 이른 데에는 병원 측 과실도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일 간호사가 보는 앞에서 호흡기를 뗀 뒤 의료진 제지로 중환자실에서 빠져나왔지만 의료진이 인공호흡장치를 다시 삽관하지 않는 등 응급조치를 하지 않아 아내가 30분 뒤 사망했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은 연명치료 기간이 일주일에 불과했던 점과 합법적인 방법으로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한 상황이었던 점에 주목했다.

검찰은 병명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다른 병원에서 추가로 검사를 받아보지도 않고, 섣불리 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건 비상식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뇌 손실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소견도 있는 데다 이씨 가족이 병원 측에 연명치료 중단 가능 여부를 문의하고도 법적 절차를 기다리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봤다.

2년가량 루게릭병으로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던 남편의 호흡기를 제거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판례를 들어 더 강한 형이 내려져야 한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결국 배심원 9명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양형은 배심원 5명이 징역 5년을 선택했고, 3명은 징역 4년, 1명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택했다.

재판부는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이씨를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인간 생명은 가장 존엄한 것으로서 가치를 헤아릴 수 없다. 국민참여재판 도입 취지에 따라 배심원 의견을 존중해 징역 5년을 선고하며, 도주 우려가 있어 법정 구속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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