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책 다시보기]잊을 만하면 또, 그 이름 법인세

여의도 여야 정치권의 정쟁에 숨겨진 정책 이야기
  • 등록 2015-07-25 오전 8:00:00

    수정 2015-07-25 오전 8:00:00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데일리 정경부에서 국회를 담당하고 있는 김정남 기자입니다. 이런 형식으로 독자분들께 인사 드리긴 처음인 것 같네요. 불쑥 여러분께 말을 거는 건 앞으로 매주 여의도 정가의 이야기를 함께 나눠볼까 해서 입니다.

저도 정치권을 취재하기 전 편견이 있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은 싸우기만 한다는 것입니다. 지나고 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 같네요. 여야가 경우에 따라 필요 이상으로 다투는 때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유없이 싸우지는 않습니다. 모든 싸움에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지요. ‘정쟁’이라고 부르는 정치인 싸움의 이면엔 ‘정책’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게 명분이 돼 으르렁 대고 정치적 목적까지 더해져 판이 커지는 거죠.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정쟁에 초점을 맞춰진 이야기들은 우리 사회에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저는 믿습니다. 언제든 제 이메일(jungkim@edaily.co.kr)로 궁금한 점을 보내주시면 부족하지만 최대한 답해드리겠습니다.

법인세 도그마에 갇힌 여야, 그 틀부터 깨야

첫번째 이야기는 법인세입니다. 여러분께서도 보도를 통해 한번쯤은 접해보셨을 겁니다. 법인세는 기업활동에 대한 과세입니다.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모두 예외는 없지요. 영업이익을 내면 법인세를 내야 합니다. 그만큼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작지는 않겠지요. 본지는 이미 지난 23일 ‘여야는 왜 법인세 논쟁을 매번 반복하나’라는 기사를 통해 법인세 다툼의 경제적 정치적 의미를 해부해드렸습니다.

여의도에서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소재입니다. 여야가 요 며칠동안 추가경정예산안을 협상하면서도 또 법인세를 꺼낼 때는, 이젠 그러려니 하게 되더군요.

그런데도 제가 또 이 이야기를 꺼내는 건 조금 다른 부분을 주목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정책 분야를 취재하다 보면 ‘이건 되겠다’ 싶은 게 있습니다. 협상의 기본은 양보입니다. 양보의 여지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그 협상은 풀리는 겁니다.

하지만 법인세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법인세 문제를 두고 여야가 대하는 자세나 인식 자체가 너무 다른 겁니다. 일종의 도그마(dogma:교조, 교리)와도 같은 거지요.

여야가 얘기하는 법인세는, 정확히 말해 법인세 최고세율(현행 22%) 인상 여부입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리면 우리경제에 긍정적일지 여부는 여야에게 이미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을 정도입니다. 최고세율에 따른 경제의 변화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박근혜 대통령은 법인세 인상 불가 입장을 수차례 밝혔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입장에 반기를 들기는 불가능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법인세 정상화’라는 표현을 씁니다. 이명박정부 당시인 2008년 3%포인트 인하된 최고세율을 올리는 것은 곧 ‘보수진영의 경제는 실패했다’는 선언을 받아내는 것과 같습니다. 역시 앞으로 있을 큰 선거에서 유리하겠지요. 둘 다 비판받아 마땅한 이유라고 보지만 정치로 ‘밥벌이’ 하는 사람들에겐 그게 또 엄연한 현실인가 봅니다.

몇년째 같은 얘기로 결론 날 기미가 안 보이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게 도리입니다. 우리나라 총조세에서 법인세의 비중은 14%(2013년 기준) 정도입니다. 나머지 세목도 얼마든지 많습니다. 왜 법인세만 논의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당장 소득세를 내지 않는 근로자가 둘 중 한 명 꼴입니다. 지난해 기준 근로소득 면세자 비율이 48.2%, 사람 숫자로 따지면 740만명에 달한다고 하네요. 부가가치세도 있습니다. 부가가치세는 1977년 첫 도입 이후 여지껏 세율이 10%입니다. 실제 기자가 세미나 등에서 만나본 조세 전문가들 중에선 부가가치세 정비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이가 적지 않았습니다. 단, 이해당사자가 많은 만큼 자칫 말을 잘못 꺼냈다간 다음 선거에서 당락이 뒤바뀔 수도 있다는 점이 부담스러울 순 있겠지요.

국수(國手)로 불리는 조훈현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다지요. “세상사를 바둑판이라고 생각한다면 풀지 못할 문제는 없습니다.” 여야가 생각을 조금만 바꾸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법인세가 도그마가 된 건 아닌지 자기성찰도 필요해 보이네요.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도를 넘은 자존심 싸움을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미모가 더 빛나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