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지난 2008년 삼성그룹의 비자금사건으로 촉발된 특별검사 사태 이후부터 10년 가까이 ‘설(說)’만 난무했던 삼성 지배구조 개편이 이젠 가능성을 넘어 가시권에 접어들고 있다.
일각에선 중간금융지주회사법 등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데다 비용부담도 커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관측도 있지만 포스트(post) 이건희 시대 지배권 확립 차원에서도 임시방편이 아닌 지주회사 체제로의 지배 개편은 필수적이다. 또 삼성이 최근 보여온 행보도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체제뿐 아니라 최종 종착점인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지주회사로 향하고 있다. 지난 수 년간 삼성 금융·제조 계열사간 지분 정리를 차근차근 준비해온 것이 이를 방증한다.
삼성생명은 지난 2013년말 삼성전기·물산·중공업 보유 삼성카드 지분(5.81%)을 매입하면서 처음으로 금융계열사 지분을 30% 이상 확보, 금융지주체제 전환을 위한 포석을 깔았다. 이듬해엔 화재 지분 4.63%를 두 차례 걸쳐 매입했고 지난 18일에는 증권 지분을 8.02% 사들였다. 특히 일련의 행보는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 전환요건(상장자회사 지분 30%)을 맞추기 위한 행보로 해석되지만 단순히 금융지주 설립을 넘어 더 큰 그림을 그려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분석의 배경에는 생명이 2014년 물산 지분 4.79%를 매각하면서 제조계열 지분 정리와 함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전 상호출자 이슈까지 동시에 제거했고 올 초 삼성전자가 가진 카드 지분(37.45%)도 모두 흡수한 것을 꼽는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융계열의 제조 지분 매각, 제조계열의 금융 지분 정리를 통해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지주사나 삼성전자 중심의 제조지주회사 출범때 각기 다른 영역의 계열 지분을 보유할 수 없는 사전 지분조정을 진행해왔다”며 “이제 생명 보유 전자 지분을 제외하면 제조·금융 교차 지분조정은 대부분 마무리됐다”고 해석했다.
생명 보유 전자 지분 2대주주로만 낮추면 돼
일각에선 삼성생명이 금융지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지분(7.43%)을 정리해야하는 문제를 가장 큰 걸림돌로 인식하고 있지만 지분 전량 매각이 아닌 삼성물산(4.18%)보다 적은 2대주주 수준으로만 유지해도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하다. 2대주주로 지분율을 낮추는 유예기간도 최대 7년이나 주어지는 만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히려 삼성으로선 보험업법 개정 가능성과 보험사 부채시가평가(IFRS4 2단계) 규제 도입을 앞두고 삼성전자 지분을 현 상태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미래 위험요인을 선제 관리하는 차원도 있다. 특히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시간 문제일 뿐 언젠간 개정돼야할 법으로 꼽힌다. 은행·증권과 달리 보험사에만 계열사 주식을 공정가액(시가)이 아닌 취득가격으로 매기도록 하고 있는 현 보험업법 수혜자는 삼성이 사실상 유일하다.
이와 관련, 삼성측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나 현재 내부적으로 진행 중인 것은 없다”며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과 관련해서 금융당국과 공식·비공식적으로 협의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