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 안에 입금해야 전세 계약 가능합니다”

높아진 집주인 콧대에 ‘경쟁 계약’까지
대단지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세매물 달랑 2건
월세 몸값도 덩달아 올라…“50만원 올려도 살 수밖에”
  • 등록 2020-08-03 오전 6:02:17

    수정 2020-08-03 오전 7:03:05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전세 문의가 하도 많아서 먼저 계약금 넣는 사람이 가져가는 것으로 결정했어요. 그랬더니 2분 만에 계약금에 중도금 1차분까지 넣은 사람이 있지 뭡니까.”

임대차법 시행 첫날인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옥수동 옥수극동아파트 전용 57㎡ 짜리 전세계약이 3억 2000만원에 체결됐다. ‘경쟁 방식’으로 진행한 전세 계약이다. 집주인은 임차 희망자 중 가장 먼저 계약금을 넣는 세입자와 계약 체결을 했다. 집주인 김모(35)씨는 “동시에 문의를 주는 사람이 너무 많아 이들의 사정을 거절할 수 없었다”며 “공평하게 계약금을 빨리 넣은 사람하고 계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중도금·잔금·입주 일정 모두 집주인에게 맞추는 조건이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전월세 5%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담은 개정 ‘주택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월세난이 본격화하고 있다. 기존 세입자들이 ‘눌러앉기’를 결정하면서 전세 매물은 씨가 마른 상황이다. 심지어 월세 매물조차 나오자마자 팔린다는 게 중개업소들 설명이다.

1329가구 중 전세 매물 단 2건

2일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서울 마포구 대장주 아파트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전용 79㎡짜리 전세 매물은 단 2가구에 불과하다. 같은 전용면적 대 가구 수는 1329가구다. 심지어 해당 전세 매물의 가격은 2주 전과 비교해 7000만원 가량 올랐다. 지난 18일 6억 5000만원에 거래됐던 전세가는 현재 호가가 7억 2000만원이다.

전세 매물이 귀해진 이유는 임대차법으로 세입자들이 계약 갱신을 대거 결정했기 때문이다. 임대차법으로 세입자들이 원하면 의무적으로 2년 더 전세 계약 갱신이 가능할 뿐 아니라 인상율도 5%로 제한된다. 세입자 입장에서 굳이 계약 갱신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마포구 아현동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나오자마자 가계약 하겠다고 하는 임차인까지 있다”고 말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경(사진=황현규 기자)
전세 매물이 귀해지면서 덩달아 월세 시장도 들썩이는 상황이다. 전세 희망자들이 매물을 찾지 못하고 월세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월세 몸값도 덩달아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31일 옥수동 옥수파크힐스아파트 전용 79㎡짜리 아파트는 보증금 5000만원·월세 250만원 계약이 성사됐다. 지난 5월 같은 보증금에 월세 200만원으로 거래되던 매물이다.

심지어 해당 매물은 집주인이 전세로 내놓으려 하다가 임대차법 때문에 월세로 전환한 아파트다. 2+2갱신과 상한제 등으로 전세 메리트가 사라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K중개업소 관계자는 “마음이 급한 건 집주인이 아니라 세입자”라며 “전세를 월세로 바꾸고, 그마저도 가격을 올려도 바로바로 계약이 성사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다세대주택 월세도 매수 경쟁이 치열하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 A 다세대주택은 전세 계약이 7월 말에 만료된 이후 다음 세입자를 월세로 구했다. 매물이 나오자마자 매수문의가 줄을 이었고 결국 지난달 31일 계약을 체결했다. 보증금 3억원에 월세 92만원이었다.

해당 매물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는 “주택으로서는 드물게 월세 물건이었다”며 “새로 들어온 사람도 원래 아파트 살던 세입자였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주택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서원석 중앙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3법이 전세 시장을 타깃으로 한 법이지만 결국 그 영향은 월세시장에까지 미칠 수밖에 없다”며 “전세가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월세 시장이 과열될 것”이라고 봤다.

“그냥 내가 살래”…이삿짐 싸는 집주인들

그러나 높은 가격으로라도 전·월세를 구하면 다행이다. 기존 세입자들 중 집주인의 ‘입주 통보’로 당장 집을 나가야하는 상황도 빚어진다.

세입자들이 2년 더 계약을 갱신하려고 하자, 아예 세입자를 내보내고 본인이나 직계가족을 입주시키려는 집주인들도 적지 않다. 임대차법에 따르면 본인이나 직계가족이 입주할 시에는 세입자의 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
이날 부동산온라인커뮤니티에는 “집주인이 직접 입주한다고 해 갱신청구권이 거부됐다”는 세입자의 고민 글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 회원은 “갑자기 집주인이 내년 2월 만기 때 자신이 입주할 것이라고 말해 어쩔수 없이 집을 빼기로 했다”며 “신규 계약은 시세대로 올린다는 데 벌써부터 걱정이다”고 말했다.

강남 대치동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 중인 정모(44)씨도 “집을 팔까 말까 고민했던 다주택자 일부는 저렴한 집은 팔고 똘똘한 한 채에 본인이 입주하는 쪽으로 계획을 잡고 있다”며 “세금 부담에 전세금 메리트까지 사라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고 세입자들이 최대 4년까지 눌러 앉을 수 있게 되면서 전월셋집 찾기는 앞으로 더 힘들어 질 것”이라며 “논의부터 입법까지 너무 급하게 이뤄진 만큼 시장에 미치는 충격과 혼란은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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