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세대교체]35도서 13도로..91년 걸쳐 순해진 소주

1924년 알코올 35도로 시작..시간이 지날수록 도수 낮아져
과즙 소주 열풍에 13~14도까지 알코올 도수 하락
저도주 선호현상 지속되면 일반 소주 도수도 더 낮아질듯
  • 등록 2015-07-08 오전 7:58:31

    수정 2015-07-08 오전 7:58:31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세월이 지나면 순해지는 건 비단 사람 성격만이 아닌가 보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우리 곁에 함께 했던 ‘서민의 술’ 소주가 갈수록 순해지고 있다.

소주가 서민의 술로 등장한 건 1924년 설립된 진로(현 하이트진로)의 전신인 진천양조상회가 알코올 도수 35도 증류식 소주를 내놓으면서부터다. 이전까지 지역 단위 양조장을 중심으로 판매되던 소주가 전국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35도였던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처음 낮아진 건 41년이 지난 1965년이다. 이전보다 5도 낮은 30도 희석식 소주가 등장했다. 당시 알코올 도수를 낮춘 건 생산 공정 변화 영향이 컸다. 1964년 박정희 정권에서는 쌀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양곡관리법을 시행하고 쌀을 원료로 하는 술을 금지했다.

결국, 고구마나 타피오카 등 전분이 많은 원료로 희석식 소주를 생산해야 했다. 희석식 소주는 증류식 소주와 달리 물을 섞어 만들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를 조정하기 쉬운 만큼 소주 도수를 낮춰 소비층을 늘릴수 있었다.

소주 알코올 도수는 8년 후인 1973년 또 한 번 낮아져 25도 소주가 등장했다. 1970년대 경제 성장 바람을 타고 맥주 소비가 늘어나자 소주 제조업도 도수를 낮춰 맥주 시장 견제에 나서기 시작했다.

주류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소주 도수 낮추기 경쟁에 들어서기 시작한 건 정부가 소주 도수 규제를 폐지한 1995년부터다. 당시 ‘소주= 25도’라는 공식을 깨고 1996년 무학(033920)이 23도 ‘화이트’를 선보였고 부산소주 역시 23도 ‘시원(C1)’을 출시했다. 이때부터 부산과 경남지역이 저도주의 ‘메카’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저도주 경쟁은 더욱 격화됐다. 특히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술자리 분위기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점이 한몫했다. 무학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여성 직장 동료와 술자리를 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면서 “이 때문에 취하기 위한 술자리 분위기가 즐기는 술자리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주류기업들이 잇따라 소주 광고 모델로 여자 연예인들을 내세우기 시작한 점도 이 때문이다. 소주가 ‘순해졌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다.

2006년 두산주류(현 롯데칠성(005300)음료)가 알코올 20도인 ‘처음처럼’을 출시하며 소주의 도수 경쟁에 불을 지폈고, 이에 질세라 진로는 2007년 업계 처음으로 20도 이하인 ‘참이슬 후레쉬’(19.5도)와 진로제이‘(18.5도)를 출시했다.

하이트진로(000080)와 롯데칠성이 주도한 저도 소주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결국 2012년 소주 제품의 알코올 도수는 모두 19도대로 낮아졌다. 올 초부터는 순하리를 시작으로 자몽에이슬 등 13~14도 과즙 소주가 잇따라 등장했다. 이들은 분류상 소주가 아닌 ‘리큐르’에 속하지만 소주와 같은 병, 비슷한 가격 등으로 소주처럼 인식되고 있다.

과즙 소주가 아닌 일반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저도주 선호 현상이 지속되면 소주 업체들도 소비자 취향을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영화 교보증권 연구원은 “1~2년 내 국내 메이저 소주 회사들의 소주 도수는 16.5도로 수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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