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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올해까지는 일단 지켜봐야 되지 않겠나.” 공연계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두고도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기획사나 제작사 각각이 내부적으로 법무법인이나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 자구책을 마련하는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법 규정이 모호한 데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해석 또한 제각각이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뮤지컬계와 클래식계의 고민이 많다. 대부분 티켓가격이 김영란법의 선물 상한액인 5만원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언론인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프레스초대권의 김영란법 저촉을 우려해 아예 출입기자단 목록을 만들었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모호한 기준이 많아 위험요소를 줄이는 선에서 내부방침을 만들었다”며 “우선 기존에 없던 출입기자단을 꾸려 전체에 공식 초청안내문을 발송하고, 전막시연 형태로 공연을 보고 홍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공연업계에 부닥친 더 큰 문제는 문화접대를 위해 표를 대량구매해 오던 기업의 후원이나 협찬이 줄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은행은 민간기획사가 주최하는 10월 공연을 협찬하기로 한 계획을 철회했다. 자칫 김영란법상 ‘뇌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게 기업들의 입장이다.
이 기획사 관계자는 “법률의 해석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항이 많아 기업들의 불안과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명확한 규정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입방아에 오르는 걸 막기 위해 후원사들이 후원을 거둬들이고 있다. 상황을 보고 추후에 다시 협찬을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이라고 하소연했다.
대형 라이선스뮤지컬을 올리는 한 뮤지컬제작사도 그동안 우수고객 초청행사를 함께한 금융회사들로부터 이번 공연에 대해서는 ‘확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제작사 측은 “오랜 기간 행사를 함께한 기업들도 계약을 미루고 있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기업 초대용 좌석을 모두 5만원 이하로 통일, ‘김영란티켓’ 방안을 검토하는 기획사도 생겼다. 이 경우 기존 공연이 매진됐을 때와 비교해 약 1억원까지 매출이 줄어든다.
상황이 이렇자 공연계에선 부정청탁 등을 막는 김영란법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문화산업 발전을 꾀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김영란법 본격 시행 전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공연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기업에서는 후원을 안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애매한 기준 탓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못 하는 부분이 크다”면서 “당장은 혼란과 우려가 많지만 곧 안정될 것으로 본다. 기업후원 등에 의존해 왔던 공연계의 체질도 이번 기회에 개선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시각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