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①'성공에 목 말랐다' 한국 노래방의 산 역사, 윤재환 TJ미디어 회장

재일교포인 지인 친척으로부터 '가라오케' 알게 돼
10.26, '서울의 봄' 겪으며 폐업, '81년 태진음향 재창업
'90년대 치열한 노래방 시장, 꾸준한 음원 투자로 살아남아
내·외부 환경 모두 TJ미디어에 호재, 업계 1위로
  • 등록 2017-06-27 오전 6:02:00

    수정 2017-06-27 오전 11:13:51

윤재환 TJ미디어 회장은 “해외 노래방 진출은 중진국, 인구가 밀집 돼 있는 시장에서 효과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유럽시장은 대상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한 때 노래방은 ‘밤 문화’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일컬어졌다. 최근에는 ‘코인(동전)’으로 즐길수 있는 노래방이 속속 등장하며 젊은 층에도 새롭게 노래방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6일 서울 강서구 TJ미디어(032540) 본사에서 만난 윤재환(62) 회장은 “거친 업계에서 신용, 신의를 지켜온 것이 지금의 결과를 이루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돌이켰다. 그는 창업 후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약속을 어기거나 돈 문제에 휘말린 적이 없었다고 자신했다.

업계 1위 TJ미디어는 지난해 매출액 779억원(이하 연결기준)을 기록했다. 2위 금영(305억원)과 배 이상 차이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아싸, 금영, 태진음향(현 TJ미디어), 로얄전자를 비롯해 노래방 기기 업체는 50여개에 달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합집산으로 지금은 TJ미디어, 금영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TJ미디어는 2010년을 기점으로 금영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청계천 뒤져 만든 가라오케 기계…굵직한 현대사 걸치며 폐업도

윤 회장의 유년시절은 음악과는 별 연관은 없다. 유복하지 않던 삶 때문에 그는 “어린 시절 크나큰 꿈 조차도 없었다”며 “어떻게든 살아남아 윤택할 생활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었다”고 돌이켰다. 그가 노래방 기기 사업에 들게 된 것은 군 제대후 만난 지인 선배 덕분이다. 당시 일본에 거주하던 지인의 친척(재일교포)이 가라오케 사업을 국내에서 펼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는 “그를 만난 명동 퍼시픽호텔에서 가라오케 기기를 처음 봤다”며 “엄청나게 큰 ‘스피커 통’ 모양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여기에 흥미를 가졌지만 이를 만들 기술은 없었다. 고생끝에 청계천 공구상가와 가구점을 몇 달 동안 부딪힌 결과 비슷한 물건을 만들었다. 이를 30개 만들어 유흥가에 납품했다. 반응도 좋았다. 하지만 정작 그 재일교포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는 사업화를 앞두고는 머뭇거렸다. 결국 처음 일을 주선했던 지인과 함께 사람을 꾸려 사업을 자체적으로 시작했다. 차에 기계를 싣고 술집, 가정집 구분할 거 없이 다니며 방문판매를 진행했다.

사업은 안정세를 보였으나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며 사업이 급격히 위태로워졌다. 이듬해 ‘서울의 봄’, 민주화 시위가 일어난다. 종각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은 시위 인파로 영업을 할 수 조차 없게 됐다. 윤 회장은 “최루탄 냄새 자욱한 사무실에서 동료와 퇴근했었다”고 돌이켰다.

결국 첫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다. 윤 회장은 1981년, 재창업에 나섰다. 큰 방향보다는 ‘성공’ 그 자체가 절실했다. 차량용 스피커 업체인 태진음향을 설립한 그는 새벽 2시부터 차를 끌고 전국을 누볐다. 얼마 후 대기업에도 납품을 성공했다. 1986년 윤 회장은 일본 잡지에서 컴퓨터형 가라오케에 대한 기사를 읽는다. 과거 테이프를 넣고 음악을 트는 가라오케와는 다른 모형이었다. 그는 1989년 음원칩을 이용한 노래방 기기 개발에 성공했다.

윤재환 TJ미디어 회장. (사진=노진환 기자)
꾸준한 음원 투자, 경쟁사 몰락, 동전노래방 거치며 업계 1위로

이후 윤 회장은 자동차 스피커 사업을 정리한다. 그는 “노래방 기기 사업 자금도 부족했었고 한 곳에 올인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윤 회장은 당시 기존 거래 업체당 1억원씩 총 5억원이란 큰 돈을 영수증을 받지 않고 조달했다. 아이템이 좋았고 꾸준히 신용을 쌓았던 결과다.

1990년대 너도나도 노래방 기기 사업에 뛰어들며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영업력이 점유율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TJ미디어는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윤 회장은 “당시 노래방 기기 영업은 굉장히 거칠었다”며 “우리는 대신 음원 향상에 집중했다”고 회고했다.

1990년 중반에 접어들며 세금탈루, IMF 외환위기, 경쟁력 약화 등 다양한 이유로 노래방 기기 업체들이 자취를 감췄다. 2000년대 들어서는 TJ미디어와 금영이 노래방 기기 시장을 양분하게 됐다. 그러던 중 금영이 ‘인수·합병 관련 기업 비리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며 몰락의 길을 걷는다. TJ미디어에게는 뜻하지 않은 기회로 찾아온 것.

여기에 몇 년 사이를 두고 동전노래방이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소규모 부스에 적합한 음질을 자랑하는 TJ미디어 기기는 동전노래방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게 된다. TJ미디어의 매출액도 2014년 579억원에서 2015년 716억원, 지난해 779억원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윤 회장의 다음 목적지는 동남아시아다. 그는 “저희 비전이 ‘전 세계 고객들의 삶에 즐거움을 더해주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며 “필리핀 같은 경우는 이미 점유율 1위고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윤재환 회장은

1955년 서울 영등포동 출생이다. 1981년 태진음향을 설립했다. 1991년 법인 전환 후 현재까지 TJ미디어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고 있다. 아주대·한양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다. 취미는 색소폰이다. 좌우명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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