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이인영 잡으려다 문정복 낚아"...맹공 속 '헛발'

  • 등록 2020-07-24 오전 7:41:24

    수정 2020-07-24 오전 7:43:08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상 검증’에 앞장선 탈북민 출신의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에 더불어민주당의 비난이 쏟아졌다.

먼저 김부겸 민주당 대표 후보는 지난 23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이인영이 없었다면 태영호가 국회에 설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김 후보는 “태 의원은 선거로 선출된 국민의 대표이자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해 사상 검증이라는 낡은 칼을 들고 나왔다. 그런 질문은 남영동 고문실에서 이근안이 박종철에게 묻던 질문”이라며 “한심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도 태 의원을 향해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아무 얘기나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좀 더 배우셔야겠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SNS에서 “(태 의원) 본인은 사상의 전향을 확실히 한 걸까”라며 “북한에서 54년 동안 살다 망명한 통합당 국회의원이라는 분이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 의원을 향해 ‘사상 전향을 했느냐’고 다그치는 웃지 못할 현실에 쓴웃음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고민정 의원도 “더 이상 시대착오적 마녀사냥식 사상검증은 안된다”며 “다시는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지 의문이 가는 발언은 들려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SNS를 통해 밝혔다.

민주당은 허윤정 대변인의 논평으로 “사상 전향 등 시대착오적이며 근본 없는 질문을 서슴지 않는 미래통합당 의원들에게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21세기를 살아가는 국회의원이 맞는가”라고 지적했다.

허 대변인은 “2016년 8월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의원이 탈북 전 ‘교육’ 받았던 내용으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을 사상검증 하는 것을 두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도 했다.

정의당도 김동균 부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아직도 국회 한복판에서 이런 질문이 나온다는 사실에 기가 막히다”며 “태 의원 역시 그러한 사상검증의 굴레에서 고통받는 처지이면서 다른 이에게 똑같이 고통을 주어서야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태 의원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경력을 거론하면서 “이 후보자가 언제 어디서 사상전향을 했는지 못찾았다. 후보자는 언제 어디서 주체사상을 버렸느냐,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라는 공개선언을 했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전향이라는 것은 북에서 남으로, 혹은 남에서 북으로 간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사상 전향 여부를 묻는 건 아무리 청문위원의 질문이어도 온당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북에서는 사상 전향이 명시적으로 강요되는지 몰라도 남은 사상 및 양심의 자유가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사상전향의 여부를 묻는 것은 남쪽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태 의원은 “국민 앞에서 주체사상을 버렸다고 할 수 있느냐”며 재차 물었고, 이 후보자는 “과거에도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라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도 외통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김영호 의원은 “대한민국 4선 국회의원, 장관 후보자에게 주체사상을 포기하라거나 전향했느냐고 묻는 것은 국회를 모욕하는 행위”라고 항의했다. 이재정 의원은 “후보자의 과거 사상이 아니라 국회의원의 질의 태도가 반 헌법적이라는 사실이 충격”이라고 말했다.

전해철 의원도 “사상 전향 이야기에 아연실색했다”고 혀를 차면서 “(태 의원이) 개인의 여정과 비교하며 사상검증 이상으로 전향까지 운운하는 건 후보자를 폄훼하고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인 송영길 외통위원장도 “사상 검증은 필요할 수 있지만, ‘사상 전향’이라면 주체사상 등 특정 사상이 있다고 전제하는 발언이어서 논리의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정복 민주당 의원은 SNS에서 태 의원이 하지 않은 발언을 비난했다가 글을 삭제하기도 했다.

문 의원은 태 의원의 대정부질의를 언급하면서 “변절자의 발악으로 보였다”고 겨냥했다.

이어 “태 의원은 대한민국의 민주화 과정에 대한 의식이 모자란 것”이라며 “북에서 대접받고 살다가 도피한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문 의원은 태 의원의 발언 내용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조선 선조에 비교하고 공직자들을 비하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는 태 의원이 아닌 신원식 통합당 대정부질의 원고에 있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해당 원고에는 “선조는 무능하고 조정은 썩었지만 이순신 제독은 다가올 전쟁에 대비해 나라와 백성을 구했다”면서 “오늘날 형편이 당시 조선 조정과 다르지 않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는 “태영호가 이인영 잡으려다 엉뚱한 사람 낚았다”면서, 문 의원이 청와대 선임행정관 출신인 점을 비꼬듯 “변절하지 않은 굳은 절개를 가지신 분까지 이러시면 장군님께서 크게 실망하실 텐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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