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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이 선두에 오른 건 4년 만이다. 빗썸은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1위 업체였지만, 다음 해 업비트가 케이뱅크와 연동하고 높은 편의성을 무기로 이용자를 끌어모으면서 순위가 뒤바뀌었다. 이후 쏠림현상이 점점 강화돼, 업비트가 80~90% 대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구도가 굳어졌다.
다만 빗썸의 1위 탈환은 27일 이후 시장점유율이 35% 수준으로 떨어지며 반짝 ‘1일 천하’로 그쳤다. 빗썸 점유율 상승의 배경에는 ‘수수료 전면 무료화’가 있다. 빗썸은 지난 10월부터 모든 가상자산의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으면서 위믹스, 테더 등 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코인을 적극 상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최근엔 거래금액의 최대 0.02%의 포인트 및 리워드를 지급하는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독점 프레임 부담스런 업비트…월평균 거래액은 그대로
‘시장 독점 사업자’라는 프레임을 부담스러워 했던 업비트가 내심 현 상황을 반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21년부터 매년 국정감사에선 업비트 독점을 지적하며 경쟁 촉진을 위한 정책 주문이 이어져 왔다”며 “시장 선택에 따른 자연독점이라는 점에서 제재는 없었지만, 업비트는 독점 프레임을 아주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업비트는 거래량 감소 없이 점유율을 낮췄으니 오히려 빗썸에 고마워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빗썸, ‘수수료 무료’ 없이도 점유율 유지될까
관건은 빗썸이 수수료 무료 정책을 종료한 후에도 지금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다. 점유율 유지에 성공하면 빗썸 발(發) 시장 구조 재편이 이뤄질 것이고, 그 반대라면 빗썸은 실적 악화에 따른 후유증을 안게 될 공산이 크다.
빗썸은 다시 수수료를 받더라도 경쟁사 대비 낮게 책정해 연착륙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본래 빗썸의 수수료는 0.25%로 가상자산 거래소 중 가장 높았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업비트의 0.05%보다 낮게 매길 것으로 전망된다. 빗썸도 업비트 못지않게 편의성이 높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사용자 환경과 경험(UI·UX)을 정비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차트를 대폭 개선했고, 회원들의 투자 데이터를 분석해 고액 투자자의 매매 동향 등을 제공하는 소셜 트레이딩 서비스도 추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무료 수수료 이벤트 종료 후에도 점유율이 유지되면 빗썸은 체질 개선과 시장 구조 개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될 것”이며 “2025년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기업공개(IPO)에도 순풍이 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수료 이벤트 종료 후 점유율이 다시 떨어지면 빗썸이 입을 내상은 꽤 크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수익이 수수료에 절대 의존하고 있어서다. 빗썸은 4분기 수익을 모두 포기했다. 수수료 무료화 이전 3개월간 일평균 거래량(2585억원)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매일 13억원을 날리고 있는 셈이다. 12월부터는 거래량에 따라 포인트와 보상(리워드)을 지급하는 마케팅까지 진행하고 있어 영업적자 심화도 우려된다. 빗썸은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