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위험한데 돈은 쥐꼬리"…거제 토박이가 본 '대우조선 파업'

'반쪽짜리' 협상 타결…웃지 못한 노동자
'파업 사태' 지켜본 거제 토박이들 '걱정'
사이렌 잦은 옥포조선소…"노동자들 불쌍"
"이번 기회 바뀌어야"·"지역경제도 타격"
  • 등록 2022-07-23 오후 3:17:23

    수정 2022-07-23 오후 3:17:23

[거제=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내 주변 아는 사람도 그리로(대우조선해양) 일 다니는데 노동자들 보면 진짜 불쌍합니더, 그 정도 위험한 일 하면 다른 데서는 돈을 엄청 받는다던데 여기는 오히려 깎고 있잖습니꺼”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 경상남도 거제시 아주동에서 사는 안모(65)씨는 아주천을 따라 걷다가 대우조선해양(042660) 옥포조선소 서문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육십 평생 대우조선해양의 변천사를 목격해온 안씨는 이번 파업 사태가 ‘곪았던 것이 터진 꼴’이라고 탄식했다. 안씨는 “여기 사는 사람이면 노동자들이 얼마나 위험하고, 열악한 곳에서 일하고, 돈을 ‘쥐꼬리’만큼 받는지 다 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2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 인근의 모습.(사진=연합뉴스)
‘반쪽 협상안’ 타결…다시 움직이는 대우조선해양

23일 대우조선해양(042660)이 한 달 만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날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 지회)가 점거했던 1독(선박건조장) 진수 작업이 재개됐다. 전날 사내 하청 노사 간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기 때문이다. 하청 지회가 파업에 돌입한 지 51일만, 선박 건조장을 점거한 지는 31일 만이다.

협상은 타결됐지만, ‘반쪽자리’ 합의안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는 마라톤 교섭을 벌인 끝에 ‘잠정 합의안’에 사인을 했지만, 막판까지 가장 큰 쟁점이었던 ‘민·형사상 면책’, 즉 손해배상 청구 문제에 관한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다. 애초 하청 지회가 요구했던 ‘삭감된 임금’ 30% 인상은 올해 기준 임금 4.5% 인상으로 낮아졌고, 고용승계 문제 또한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노동조합 활동 보장도 ‘잠정 합의안’에는 빠졌다.

‘파업 사태’ 곁에서 본 지역민들 “노동자들 불쌍”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를 가까이서 지켜본 지역민들은 협상 타결 소식에 안도의 한숨도 잠시, 이내 걱정을 쏟아냈다. 거제 아주동 토박이라던 지역민 배모(76)씨는 “대우조선해양 주변에 사는데 사이렌 소리가 자주 들리는데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라는 뜻”이라며 “하청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는데도 돈을 못 받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제 뉴스 보니까 아직 과제가 많이 남았다고 하던데 노동자들에게 줄거는 주고, 좀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20년 넘게 거제 아주동에서 사는 이모(51)씨도 “아는 동생들이 거기 다니는데 밥도 잘 못 먹고 다닌다. 돈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깎인 임금을 회복해달라는 건데 그걸 왜 못해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처럼 정기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는 것이 파업밖에 없지 않느냐”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그는 “듣기로는 하청업체가 5~6개 폐업했다던데 사장들이 체납된 월급을 안 주고 다 도망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회사가 좀 바뀌고 노동자들이 생계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 역시 “하청 노동자든, 그냥 노동자든 임금을 올려줘야 젊은 사람들이 거제로 내려와 일할 텐데 월급 적게 주면 누가 여기로 내려오고 싶겠는가”라며 “지역 경제에도 큰 타격이다”고 토로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협상이 잠정 타결된 22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협력사 대표인 권수오 녹산기업 대표(왼쪽)와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급한 불 껐지만…풀어야 할 숙제 ‘산적’

협상의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노동활동 보장 내용은 하청 노사가 “신뢰를 갖고 논의해 내년도에 합의를 보는 것”으로 매듭지었다. 고용 승계 부분에 대해선 ‘이미 폐업했거나 폐업 위기에 놓인 하청 업체 노동자들을 다른 하청업체가 고용해서 생계 유지할 수 있도록 원칙적 합의’를 했다. ‘잠정 합의안’ 타결로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 원·하청 노사 간 논의를 거쳐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다만, ‘민·형사상 면책’, 즉 손해배상 청구 문제가 관건이다.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전날 “노사가 합의에 이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지만 이견 차가 너무 커 합의하지 못했다”며 “이후에 성실하게 협의해야 할 지점이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하청 지회의 파업으로 자체 추산 총 8165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경남 거제경찰서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하청 지회 집행부와 조합원 9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 그림 같은 티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