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 코리아][위기의 NPS]②곪아터진 지배구조..독립화 시급하다

  • 등록 2017-04-03 오전 6:00:00

    수정 2017-04-03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는 최순실 국정논단 사건 이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결과정에서 기금운용본부가 외압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독립성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 사실 여부는 재판 결과에 따라 가려지겠지만 이같은 논란을 빚은 핵심 요인 중 하나가 독립성이 결여된 기금운용본부의 지배구조 탓이라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에 찬성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구속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기금운용본부 내부에서는 논란을 빚을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선 의사결정을 미루고 과도하게 몸을 사리는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지배구조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 지배구조 책임소재 불명확...근본적 대안 안돼

지금까지 기금운용본부에 문제가 발생하면 부분 절세술에 의한 봉합 수준에 그쳤다.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큰 틀에서 이뤄지지 않다보니 끊임없이 잡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기금운용구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기금의 미션 부재 △투명성 부족 △견제와 균형 미흡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기금의 장기운용 목표가 부재하다보니 과도한 수익률 위주의 시각으로 기금을 관리감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10년간 기금의 평균 수익률은 5.38%로 왠만한 해외 연기금보다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을 대비할 수 있는 장기적인 운용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보험료 인상만으로 제도를 지속할 경우 기금의 적립규모 증가에 대한 부담을 국민이 떠앉는 이중부담이 될 수 있어 국민연금제도의 신뢰 자체를 무너뜨릴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기획재정부가 기금운용계획안을 작성하고 운용계획을 수립하는 주체(보건복지부)가 제각각이고 기금운용본부가 포함된 국민연금공단이 복지부에 종속돼는 복잡한 지배구조하에서는 탄력적이면서 능동적인 운용계획 수립이 어렵다.

△현 국민연금기금운용체계


지배구조가 복잡하다보니 의사결정 구조도 견제와 균형이라는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외부 의결권전문위원회는 그야말로 자문기구일 뿐이다. 아무런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연금 의결권 행사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도 없다. 실제 독립 의결권이 없는 국민연금의 현 지배구조에선 그 누구도 책임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본부의 전문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위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대부분 중요 투자결정은 기금운용본부 투자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기금운용본부장을 수장으로 하고 각 부문별 실장들로 구성된다.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한 주체가 바로 내부 투심위다. 이렇다보니 현재 투자 의사결정 구조를 보면 실질적인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많지 않다”며 “누가 실질적인 책임을 쥐고 있느냐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독립공사화·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쟁점...정치적 합의 필요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해 독립하는 방안은 지난 2008년 이후 꾸준히 논의돼 왔다. 현재 복지부 산하인 기금운용본부를 공사로 분리해 무자본 특수법인인 ‘국민연금 기금운용공사’로 만드는 방안이다.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책임투자자(CIO)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금공사 사장은 기금운용위원회 위원들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복지부 장관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번번이 국회 입법이 좌절되면서 무려 8년이란 시간을 끌었다. 이런 와중에 전주 이전이란 악수를 두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연금이 독립된 기구로 제대로 작동하는 이사회가 있었다면 이번 삼성 합병과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기금 독립의 관건”이라며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사회를 통해서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용본부를 독립시키는 다양한 논의들이 있지만 핵심은 이사회라는 설명이다. 현실적으로 기금공사화가 힘들다면 기관투자자의 책임투자를 명시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으로 개인들의 자금을 위탁 받아 운용하는 기관들이 지켜야 할 원칙들을 정해 놓은 지침이다.

물론 앞선 전례를 봤을 때 기금운용본부가 독립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 당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 정책 토론회’를 갖고 지배구조 체제 개편에 대한 공동세미나를 개최했다. 여야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모아진 안을 갖고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전혜숙 의원 측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비합리적 결정배경에 기금운용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 존재했던 것으로 드러난 만큼 정부, 가입자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간 기금의 지배구조를 담보하기 위한 투명성이 갖춰져야 한다”며 “기금운용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잡힌 지배구조의 개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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