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육아]"그만둘까?" 화장실서 젖짜는 엄마는 웁니다

작은육아 2부 ‘출산부터 돌잔치까지’
워킹맘 이선영씨의 험난한 모유수유기
수유실 없어 화장실서 눈치보며 유축
회의시간에 흘러넘치는 젖 때문에 곤혹
워킹맘 배려없는 회사에 실망해 퇴직 고민
  • 등록 2017-03-17 오전 6:30:00

    수정 2017-03-17 오전 9:48:03

이데일리는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와 함께 ‘적게 쓰고 크게 키우는 행복한 육아’라는 주제 아래 연속 기획을 게재합니다. 해마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육아 부담을 줄여 아이를 키우는 일이 행복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작은육아’ 기획시리즈에 많은 독자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워킹맘 이선영(38)씨는 출근길에 오르며 가방 가득 한 짐을 챙겼다. 회사 서류 외에 전동유축기 세트, 보냉가방 등이다. 출근길 만원 버스에 양손 가득 짐을 들고 타는 게 결코 쉽지 않지만 내 아이를 위한 일이기에 참고 견딘다.

출산휴가 90일 동안 이씨는 아이에게 분유 없이 모유만 먹인 ‘완모’(완전모유)맘이다. 분유를 주로 먹은 아이는 잔병치레도 많고 성장발달도 늦다는 얘기를 들은 뒤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안 후에도 모유를 고집했다. 다행히 젖이 잘 돌아 아이에게 충분히 모유를 먹일 수 있었다.

이씨는 육아휴직자에 대해 불이익이 심한 회사 분위기 탓에 출산휴가 후 곧바로 직장으로 돌아갔다.

문제는 직장 복귀를 앞둔 시점에서 불거졌다. 출근 후에는 모유수유가 불가능한 만큼 이씨는 아이에게 분유 적응을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는 젖병만 보면 울었다. 젖병과 젖병 꼭지를 바꿔보고, 혹시나 싶어 분유도 바꿔봤다. 소용 없었다. ‘석달도 못할 모유수유를 괜히 했나’ 싶어 후회가 밀려왔다.

젖병을 잡은 엄마손과 아이손 (사진=픽사베이제공)
출근 후 열흘 가량 지나자 아이가 젖병에 겨우 적응했다. 그때부터는 모유와 분유수유를 병행했다. 출근 때 들고간 유축기로 젖을 짜 회사 냉장고에서 얼렸다. 들고 간 보냉가방에 담아 집으로 돌아온 뒤 다시 냉장고에 쟁여뒀다가 때가 되면 해동해 아이에게 먹였다.

회사에서 유축을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시간에 맞춰 젖을 먹이던 습관 때문인지 출근해서도 젖은 2~3시간마다 돌았다. 가슴이 뭉쳤지만, 그때마다 유축을 하겠다고 자리를 비울 수는 없었다. 모유를 유축하고 용기 등을 씻어 정리하는 데 30분은 걸린다.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회사에서 왜 저래. 유난 떤다’는 직장 동료들의 말에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결국 이씨는 점심을 빨리 먹고 들어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유축을 하기로 했다. 회사에 여성 휴게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유축을 했다. 혹시 세균에 노출되지 않을까 항상 불안했다. 화장실 문이 열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 아무리 여자끼리지만 가슴을 내놓고 유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민망하다.

한번은 거래처 사람들과의 미팅이 길어져 유축 시기를 놓쳤다. 수유패드를 했지만 주체할 수 없이 젖이 흘러 겉옷까지 번졌다. 창피함보다 서러움이 앞서 눈물이 났다.

이씨는 요즘 모유량이 줄어 걱정이다.회사에 복귀한 지 3개월 째다. 자주 유축을 못하니 자연스럽게 모유양이 줄기 시작한 것이다.

육아휴직이 자유로운 공무원이나 큰 회사에 다니는 엄마를 둔 아이는 그래도 1년 가까이 모유를 먹고 큰다고 들었다. 워킹맘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이런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나. 이씨는 또 다시 퇴직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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