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 상습 법위반 사업자 명단을 3년 만에 언론에 공개했다. 상습 법 위반 업체를 널리 알려 시장에 `경고`를 주면서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대기업에서는 유일하게 김승연 아들 3형제의 회사인 한화S&C가 포함됐고, 범현대가 3세인 정대선 대표가 대주주인 현대BS&C도 하도급 위반 `블랙리스트`에 포함되는 등 오너일가의 회사의 불법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도 하도급거래 상습법위반사업자 11개사를 확정해 29일 공표했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1개사, 중견기업 4개사, 중소기업 6개사다.
대기업으로는 한화그룹 IT서비스업체인 한화S&C가 유일하게 들어갔다. 한화S&C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장남 김독관 한화큐셀 전무가 50%,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김동선 씨가 각각 25%씩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S&C는 최근 3년간 3차례에 걸쳐 하도급법을 위반했다. 2014년 2월에는 어음할인료·지연이자 미지급(2점), 계약서면 미교부(2점)로 시정명령을 받았고, 그해 11월에도 계약서면 미교부(2점), 예금 미지급 건(2점)으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후 2016년 1월에도 지연이자 미지급으로 경고(0.25점, 자진시정 반영)를 받았다. 당시에는 자료 제출 등 공정위 조사에 협조하면서 감경받아 벌점은 별도로 받지 않았다.
이 회사는 대표적으로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내부거래 비중이 지난해 67.56%로 전년 52.30%에 비해 15.25%나 늘었다. 이 때문에 이번 명단 발표는 공정위 조사, 감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화S&C 관계자는 “10일 내 현금 100%로 대금을 지급하도록 규정 및 시스템 체계를 마련하고 표준하도급 계약서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 전사 차원의 변화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위반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을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중견기업에서는 동일, SPP조선, 현대BS&C가 2년 연속 명단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고, 신성에프에이도 포함됐다.
중소기업에서는 대경건설이 3년연속 상습 법위반 사업자로 올랐다. 이외 군장종합건설, 한일중공업, 넥스콘테크놀러지, 세영종합건설, 아이엠티 등도 포함됐다.
정부는 2010년 하도급법을 개정해 하도급거래 상습 법 위반 사업자 명단 공표 제도를 도입했다. 최근 3년간 하도급법 위반으로 경고 이상의 조치를 3회 이상 받은 사업자 중 벌점 누산점수가 4점을 초과하는 사업자는 공정위 홈페이지에 공표를 한다.
공정위는 초기에는 상습 법 위반 사업자 명단을 홈페이지 공표한 이후에 언론에 보도자료도 배포했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5, 2016년에는 별도로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경제민주화’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우며 쏠쏠한 재미를 봤던 박근혜 정부가 이내 친기업 성향으로 돌아섰던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다시 언론에 자료를 배포한 것은 하도급거래 `갑질`을 개선하겠다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상습적으로 법을 위반한 업체 명단을 널리 공개해 `법 준수 시그널`을 시장에 내보낸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2년간 홈페이지만 공개하다보니 널리 알려지지 못한 점이 있었다”면서 “이번에 다시 언론에도 알리면서 상습법 위반 업체와 거래를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