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의 묘수, 도시바 인수 뒤집다

베인캐피탈 우군확보..美-日연합 전격 합류
고비 때마다 '승부수' 던지며 인수전 풀어내
  • 등록 2017-09-21 오전 6:00:00

    수정 2017-09-21 오전 7:44:04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특유의 뚝심과 승부사 기질로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의 ‘9부능선’을 넘었다.

도시바(東芝)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를 한국 SK하이닉스(000660)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한미일 연합의 인수총액은 2조4000억엔(약 24조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는 2000억엔(약 2조원) 정도 투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한·미·일 연합에는 SK하이닉스와 미국 애플, 델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한·미·일 연합의 지분 구조(의결권 기준)를 베인캐피털 측이 49.9%, 도시바 40%, 일본 기업 10.1%라고 전했다. 일본 측 지분율이 50.1%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아직 인수전이 끝나지 않았지만, 최 회장의 뚝심과 결단력으로 만들어낸 ‘반전 드라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2012년 이사회 반대로 일본 엘피다를 인수하지 못했던 최 회장은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해 도시바 경영진들과 만나는 등 인수전을 직접 진두지휘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현 도시바 경영진과 함께 협업할 상생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쳤다. 일본 내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해 점령군이 아닌 동반자적 협력 관계를 강조한 것이다.

최 회장은 독자 인수가 어려워지자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을 우군으로 확보하는가 하면, ‘미일 연합’ 합류를 전격 선언하는 등 고비 때마다 승부수를 던지며 인수전을 풀어냈다.

지난 6월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으로 끝날 것 같던 인수전이 웨스턴디지털(WD)의 매각 중단 가처분신청으로 혼전을 거듭했을 때에도 최 회장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며 인수 의지를 꺾지 않았다.

외신에 따르면 최 회장은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위해 SK하이닉스의 의결권 비율을 양보하고, WD가 제기한 소송 관련 비용도 베인캐피털과 함께 부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 LG실트론(현 SK실트론)에 이어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면 SK그룹의 반도체 사업은 막강한 수직계열화를 이룬다. 또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력과 생산능력이 떨어지는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최 회장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관측이 많다. 도시바가 지난 6월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한 후 2개월 만에 이를 변경한 전력이 있는 데다, 이 과정에서 다른 측과도 협상을 병행하는 등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WD의 소송 이슈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고, 도시바는 여전히 독자 생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 최종 계약서에 서명을 할 때까지는 인수전이 끝났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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