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부끄러운 역사에 마침표를 찍자

  • 등록 2017-03-22 오전 6:00:00

    수정 2017-03-22 오전 6:00:00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하루 종일 조사를 받았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내려진 지 열하루 만으로 뇌물수수, 직권남용, 기밀문서 유출 등 13개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자연인 박근혜’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대꾸하지 않은 채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만 말했다.

앞서 청와대에서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가면서 내놓은 짤막한 대국민 발표문에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는다”고 말한 것으로 미뤄 박 전 대통령의 법정 다툼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이들이 모인 검찰과 바로 얼마 전까지 최고 권력을 누렸고 여전히 막강한 지지세력을 거느린 박 전 대통령 사이의 법리 공방은 나라를 반년 가까이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최순실 사태’의 끝내기 수순인 셈이다.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 특혜 관련 뇌물죄,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강제모금 및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관련 직권남용죄를 비롯해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 등 13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검찰은 오롯이 실체적 진실 규명에만 매달려야 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 정도면 몰라도 또다시 정치권이나 여론을 기웃거리며 좌고우면하다간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잇단 법조 비리 등으로 밑바닥까지 실추된 검찰의 체면을 되살릴 절호의 기회로 삼아 어느 누구도 시비 걸지 못할 만큼 깔끔한 조사 결과를 내놔야 한다. 박 전 대통령도 본인의 억울함만 내세울 게 아니라 이참에 국민의 분노와 실망에 내포된 의미를 곱씹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로 전락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잘라내는 일이다. 건국 이후 11명의 대통령 중 벌써 4번째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감옥까지 갔고,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 수사 도중 자살했다. 다른 전직 대통령들도 비리와 부패, 국정농단에서 자유롭지 못하긴 매한가지다. 그들에게도 이번과 똑같은 기준이 적용됐다면 역시 탄핵을 면치 못했으리란 지적은 국민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든다.

이젠 우리도 부끄러운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가질 때가 됐다. 그러려면 국민이 제대로 된 대통령감을 가려낼 줄 아는 안목부터 키워야 한다. 나쁜 짓을 한 대통령이나 잘못 뽑은 유권자나 오십보백보다. 한 달 보름여 앞으로 닥친 다음 대선이 그 첫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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