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실물과 금융 괴리가 부른 금융위기 교훈 잊었나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
  • 등록 2021-01-15 오전 6:00:00

    수정 2021-01-15 오전 6:00:00

금융시장이 실물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며 변동해야, 소비와 저축, 투자와 생산 같은 경제활동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금융부문과 실물부문이 동떨어져 움직이는 현상이 과도하게 지속되면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위기가 발생한다. 자산시장 거품 팽창과 붕괴가 심하면 어김없이 금융불안으로 이어지고 다시 실물경제 위축으로 진행된다. 과거 경제위기의 진행과정을 보면 대내요인이든 대외요인이든 금리·주가·환율 같은 금융가격지표가 성장· 물가·고용·국제수지 같은 거시경제 현상과 괴리가 심각했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실물경제와 금리의 지나친 괴리로 말미암아 초래된 재난이었다. 2000년 초반 IT 버블 붕괴 이후 유동성을 팽창시켜도 (기술혁신에 따른 생산성향상으로) 물가가 안정되자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금융정책이 성공한 것으로 오판하고 경제성장까지 동시에 달성하려는 실착을 범했다. 당시 페더럴펀드(Federal Fund) 금리가 2000년 5월 6.5%에서 2003년 6월 1%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자산유동화 현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유동성 범람 사태가 벌어지는 부작용을 방치했다. 주택가격은 1997년 이후 10년간 190%, 주가는 2003년 이후 5년간 82%나 상승했다. 뒤늦게 급격한 금융긴축을 단행하자 저신용등급 채권 지불불능사태가 금융부문 전체로 파급되고 다시 전 세계로 번져갔다.

1997년 아시아·외환금융위기는 실물경제와 환율의 극심한 불균형으로 야기된 재앙이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경상수지적자가 누적돼 가는 상황에서 외화보유고는 점점 줄어들어 환율상승 압박이 컸었다. 원·달러 환율이 850원대 이상 올라가면 ‘국민소득 1만 달러’라는 문민정부의 캐치프레이즈가 허공의 메아리가 되는 상황이었다. 올라가야할 환율을 거꾸로 떨어뜨리려고 부족한 달러를 바닥까지 긁어내 외환시장에 개입하다가 모라토리움 상황에 이른 참사였다. IMF 외환·금융위기는 날벼락처럼 온 것이 아니라 욕심 사나운 ‘정부로부터의 불확실성’이 누적돼 불거진 ‘참극’이었다.

1929년 세계대공황은 실물경제와 주가의 극심한 거품으로 말미암은 대재앙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인 1920년대 장기간 호황(roaring twenties)에다가 해외자금이 신대륙으로 몰려들어 유동성 완화로 주식시장 거품이 끝을 모르고 팽창되고 있었다. 열심히 일하기보다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노름판 상황이 벌어졌다. 뒤늦게 허겁지겁 취해진 급격한 금리상승과 유동성 흡수 같은 금융긴축을 신호탄으로 거품이 순식간에 붕괴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1929년 9월3일 381선이었던 주가지수는 10월29일 230으로 떨어졌다. 주식시장 폭락으로 소비수요기반이 붕괴되자 소비도 생산도 얼어붙는 재앙이 1933년까지 이어졌다. 주가는 1942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전고점을 회복하였다.

오늘날 한국의 주식, 부동산 가격 과열에는 주식시장 공매도 금지조치, 부동산시장의 징벌적 양도세 과세가 시장을 불균형상태로 이끈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된다. 시장참여자들의 판단과 선택에 따라 매수매도가 균형을 이루고 적정 가격발견 기능이 이행돼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공매도를 장기간 금지하면서 시장을 한쪽으로 치우치게 했다. 과도한 양도세 부과에다 높은 거래비용을 감안하면 부동산을 팔다가는 손해 보기 쉽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게다가 재개발 억제로 부동산 시장 불균형 현상을 막을 도리가 없어진 형국이었다. 사마천(司馬遷)은 4반만 년 전 절대왕정 시대에도, 무릇 시장은 물 흐르듯 해야 소비가 늘어나 생산도 늘어나고 백성들의 삶의 질이 향상된다고 했다. 21세기에 시장을 마음대로 펴거나 우그려 트려도 된다는 사고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유사 이래 시장을 이긴 특단대책은 어디에서도 없었고 다만 시장을 망쳐 민초들의 삶을 피곤하게 할 뿐이었음을 상기하자. 민생과 직결된 주가와 부동산가격 조치는 우선하여, 거품인지 인플레이션 현상인지를 신중하게 구분하고 시장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행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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