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동물을 찾아서]마지막 한국늑대 동물원에서 죽었다

일제강점기 가축보호 차원 30년간 1396마리 사살
1997년 서울대공원에서 마지막 늑대 폐사..절멸 추정
북한서 토종 늑대 들여와 서울대공원에서 종복원 추진
  • 등록 2015-03-28 오전 9:00:00

    수정 2015-03-28 오전 10:12:57

이데일리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했거나 이미 멸종된 동식물을 소개하는 기사를 국립생물자원관의 도움을 받아 연재합니다. 인간의 남획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변화는 수십년 전만 해도 쉽게 접할 수 있던 동식물들마저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멸종위기 동식물들에 대해 보다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합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빨간 모자’, ‘아기 돼지 삼형제’, ‘양치기 소년’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늑대는 항상 악역입니다. 동화 속 늑대는 모두 사악하고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사실 늑대는 가족애와 의리가 넘치는 동물입니다. 늑대는 수컷 3~4마리, 암컷 5~6마리가 무리를 지어 다니지만, 평생 일부일처제를 유지합니다. 고양이과인 사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포유류는 암컷이 혼자서 새끼를 기릅니다. 개과 동물 중에서는 늑대만 예외입니다. 암컷이 수컷을 골라 짝짓기를 하고 수컷은 암컷과 평생을 함께하며 가족을 돌봅니다.

2005년 북한 평양중앙동물원과 동물 맞교환을 통해 들여온 말승냥이(회색늑대)의 모습. (서울대공원 제공)
하지만 동화나 옛이야기를 통해 전해진 왜곡된 늑대의 이미지는 현실에서도 그대로 적용돼 늑대는 없애야 할 해로운 동물 취급을 받아왔습니다. 소와 돼지, 닭 등을 잡아가고 때로는 사람을 다치게 하는 늑대는 죽어 마땅한 동물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때는 ‘해수구제(호랑이 곰 늑대 등 인간에게 해로운 짐승을 박멸하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1912년부터 1942년까지 30년 동안 1396마리의 늑대가 사살됐습니다. 그때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늑대들은 1960~1980년 쥐잡이가 한창일 때 쥐약을 먹고 숨진 먹잇감에 2차 감염돼 숨졌다고 합니다. 늑대는 주로 토끼, 사슴류 등을 사냥하지만 죽은 동물의 사체도 즐겨 먹습니다.

1981년만해도 전국 20곳에 늑대 서식처가 있는 것으로 기록됐지만 불과 8년 뒤인 1989년 조사에선 자연상태에서는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학계에서는 토종의 명맥을 이어온 서울대공원 늑대가 1997년 병으로 숨진 뒤 남한에서는 토종늑대가 절멸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늑대는 1967년 경북 영주에서 포획된 뒤 창경원(창경궁)에서 전시되다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던 한국 늑대의 마지막 후손이었다고 합니다.

얼마 전부터 토종 늑대의 종 복원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복원을 위해 자연에 풀어놨다가 사람이나 가축 등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논란이 미국에서도 있었습니다. 늑대가 떼로 몰려다니며 가축을 습격하는 바람에 목장주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미국은 1920년대 늑대박멸을 시작했습니다. 늑대를 완전히 없애는 데 걸린 시간은 6년에 불과했습니다. 먹이사슬 정점에 있는 포식자 늑대가 사라지자 뿔이 큰 북미산 사슴인 엘크의 수가 급속히 늘어났고 생태계의 균형은 깨졌습니다.

엘크가 먹어치운 풀과 나무로 곤충들도 살 곳을 잃었고 결국 숲이 망가졌던 겁니다. 늑대를 복원해야 한다는 환경보호운동가들의 노력으로 70년만에 늑대가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돌아오자, 자연은 이전 모습을 회복했다고 합니다. 늑대가 인간에게 위협적인 동물일 수 있지만, 생태계에선 없어서는 안 되는 동물인 셈입니다.

한상훈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연구관은 “멸종동물의 복원은 단순한 생명 회복의 문제가 아니라 이들과 우리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가 있는가를 배우게 하는 소중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2005년 스라소니와 함께 북한 평양중앙동물원에서 들여온 말승냥이 한 쌍이 서울대공원에서 현재까지 새끼 4마리를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합니다. ‘회색이리’, ‘회색늑대(gray wolf)’로 불리는 말승냥이는 토종 늑대의 한 종류입니다. 이들이 우리 자연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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