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rd WWEF]"워킹맘이여, 물러서지 말고 '배수진'을 쳐라"

제3회 세계여성경제포럼 연사 김해련 송원그룹 회장 인터뷰
"성공한 사람 만날 때마다 관찰..그들의 공통점은 바로 '긍정'"
  • 등록 2014-10-10 오전 8:12:24

    수정 2014-10-10 오전 8:51:59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여성들은 두개의 직업이 있다고 생각한다. 착각이다. 남성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배수의 진을 쳐야 한다” 6일 낮 서울 중구의 한 일식당에서 만난 김해련 송원그룹 회장(52·사진)의 발언은 다소 의외였다. 워킹맘에 대한 이야기가 막 밥상에 오르자마자였다. 대표적 2세 경영인으로 ‘평탄한’ 인생만을 살았을 것이란 편견은 이내 깨졌다.

한국 사회 구조상 워킹맘으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지만, 이를 악물고 이겨내면 결국 빛이 보인다는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이야기하는 듯했다. 올해로 세 번째 열리는 ‘세계여성경제포럼 2014’(3rd WWEF) 연사로 나서는 김 회장. 매출 5400억원 규모의 중견그룹을 이끌고 있는 재계의 대표적 여성 리더인 그녀에게서 소통과 교감의 열쇠가 되는 관계의 기술에 대해 엿들어봤다.

사진=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집에서 애나 봐야겠다’는 말은 금물”

김 회장에게는 애지중지 키워 이제는 장성한 딸·아들이 한 명씩 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딸 아이가 어느 날 찾아와 “일이 너무 힘든데, 결혼해 집안일이나 할까”라며 투정을 부렸다. 그때 김 회장은 딸 아이에게 딱 한마디만 했다고 한다. “배수의 진을 쳐라.”

김 회장은 대부분 여성이 하나의 직업을 더 갖고 있다는 착각을 한다고 지적한다. “통상 여성은 직장을 다니다 힘든 일에 부딪히면 ‘애나 봐야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곤 하죠. 반면 그렇게 생각하거나 말하는 남성은 없어요. 이게 여성과 남성의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해요.” 그 이후 딸 아이의 입에서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말을 더는 듣지 않게 됐다고 한다.

2세 경영인인 그녀가 이렇게 악착같아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사실 김 회장은 미국에서 패션과 경영학을 공부했다. 여성복 브랜드 ‘아드리안느’를 설립한 데 이어 10년 뒤에는 국내 최초의 온라인 패션쇼핑몰도 열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쉽지 않았다. 사업 특성상 부침이 많았고, 인터넷 패션 쇼핑몰이 줄줄이 생겨나면서 결국 사업을 접었다.

그녀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선친(故 김영환 회장)의 말씀을 뼈저리게 되새기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비록 창업에는 실패했지만, 2세 경영을 위한 알짜 공부는 제대로 하게 된 셈이었다.
사진=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장점을 먼저 보면 단점도 상쇄되기 마련”

사업을 접고 선친 밑에서 경영을 배울 때부터 김 회장에게는 버릇 하나가 생겼다. 성공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어떻게 성공했을까?’라고 되물으며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한 것. 그녀는 “저런 애티튜드(attitude·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니 성공할 수밖에 없구나’라는 걸 느꼈고, 그들의 공통점이 ‘긍정’이라는 것도 인식하게 됐다.

그래서일까. 그런 그녀에게는 묘한 매력이 풍긴다. 바로 ‘긍정의 마인드’다. “전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부담이 없어요. 눈치 못 채셨겠지만 지금도 전 기자님을 보면서 ‘장점 찾기’ 놀이를 하고 있죠.” 식사 도중 김 회장이 툭 던진 말 속에 ‘긍정의 힘’이 느껴진다.

아무리 친근한 모습의 여성이더라도 중견그룹의 회장이다. 그녀가 오너로 있는 송원그룹이 거느린 계열사만 8개다. 이들 계열사의 한 해 매출액은 5000억원이 넘고 임직원만 1000명에 달한다. 그룹 내에선 ‘회장님’으로 깍듯이 모신다. 하지만 통상 ‘회장님’이란 단어를 떠올릴 때 느껴지는 모습이나 발언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 회장은 “누구를 만나더라도 장점을 보려고 노력한다”며 “그러고 나면 아무리 큰 단점을 보더라도 상쇄가 돼 그 사람과의 ‘인간관계’에 문제가 없게 된다”고 했다. 격의 없이 상대의 장점을 보는 노력을 꾸준히 하다 보면 긍정적 마인드가 생기고, 결국 서로에게 마음을 열 수밖에 없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다.
사진=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따듯한 리더십은 혁신적인 ‘소통’에서 시작”

지난 6월 취임 이후 김 회장은 ‘혁신’이란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 대내외 경기침체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만큼 이제는 이익 창출이 아닌, 생존을 위한 사업으로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직원들에게 “잘 지내죠?”라고 안부를 물으면 “네. 혁신하고 있습니다”라는 대답이 그룹 내 최대 유행어가 됐을 정도다 .

김 회장은 여러 혁신의 대상 중 ‘소통’을 제1순위로 꼽았다고 한다. 자신의 리더십은 ‘진정성에서 나온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그녀는 “직원들이 외근을 많이 하기 때문에 회의를 자주 소집하면 싫어하지 않겠느냐”며 “그래서 카톡(카카오톡)방을 열어놓고 수시로 온라인 회의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에게 에둘러 표현하거나, 머리를 굴리는 뻔한(?) 소통은 금물이다. 서로 마음을 교류하는 사람이라면 돌직구로 소통을 해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게 김 회장의 지론이다.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에는 여성이 더 유리하지 않나 싶어요.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남성을 보면 아무리 가까운 사이래도 묘한 장벽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다이렉트로 소통하면 될 일을 이상하게 돌려서 표현하면 오해를 살 수도 있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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