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은 법으로 보장된 근로자의 권리지만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회사들은 많지 않다.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보장해야 할 법적인 의무가 있지만 지키지 않아도 처벌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육아휴직 기간 중 대체 근로자를 채용하고, 업무부담을 줄이는 대신 다른 동료들이 일을 떠맡도록 방치하는 잘못된 관행이 육아휴직을 쓰는 엄마 아빠들을 죄인 아닌 죄인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워킹맘 10명 중 4명 출산휴가만 쓰고 회사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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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차 직장인 윤모(39·여)씨는 육아휴직을 3개월 쓴 뒤 복직했지만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표를 내고 말았다. 어린이집에 보낸 아이는 감기, 장염 등을 달고 살았고 윤씨는 퇴근 후에 응급실을 찾기 바빴다. 결혼 8년만에 어렵게 갖은 아이인 만큼 잘 키우고 싶었지만, 반복되는 야근에 일도 육아도 뒤죽박죽됐다.
윤씨는 “회사업무를 마치면 집으로 퇴근하는 게 아니라 집으로 출근하는 기분이 들었다”며 “남은 육아휴직을 더 쓸까도 생각했지만,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일을 접고 육아에 전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육아휴직 종료 후 1주일 이내 동일직장으로 복귀하는 비중은 76.9%로 높았지만, 복귀 후 1년 이상 경력을 유지하는 경우는 52.5%에 불과했다. 육아휴직을 쓴 여성 근로자 절반은 자의든 타의든 복직 후 1년 내에 회사를 그만뒀다는 얘기다.
윤정혜 고용정보원 책임연구원은 “육아휴직 이후 복귀하기는 했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워 사표를 내는 경우가 많다. 대체양육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구하더라도 비용 감당이 어려워 퇴사를 선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육아휴직 3년…“승진 포기해야 가능”
민간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고 고용이 보장되는 공직사회에서도 육아휴직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중앙부처 공무원 한모(35)씨는 한살 터울로 아이 둘을 낳고 복직했다. 이후 승진에서 번번이 밀렸다. 이제는 함께 공직을 시작한 동기들과 격차가 따라잡지 못할 만큼 벌어졌다. 한씨는 “아이 둘을 낳을 때 승진에 대한 기대는 포기했다. 그래도 매년 승진시기가 돌아오면 마음이 쓰리다. 애써 외면하려고 해도 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공무원은 한 자녀당 최대 3년의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하지만 3년 중 1년만 경력으로 인정한다. 2년은 공백으로 남는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육아휴직을 3년 모두 쓰면 승진에서 밀리기 십상이어서 3년 육아휴직을 다 쓰는 공무원은 드물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육아휴직자 중 육아휴직을 2년 이상 사용한 국가직 공무원(교육공무원·검사·임기제 공무원 제외)은 17.2%에 불과했다.
1년 이하만 사용한 경우가 46.8%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1년 초과~2년 미만만 쓴 사람은 36%다. 인사처는 지난달 공무원임용령을 개정해 둘째 아이 육아휴직도 3년을 모두 경력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셋째 아이만 3년을 모두 경력으로 인정한다.
공직사회 반응은 냉소적이다.
윤 책임연구원은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육아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을 인상해 금전적 문제를 해소하고 휴직 전후의 육아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사업장내에 육아휴직을 사용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