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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주차된 차 옆으로 국산 미니벤이 서 있었는데, 중형 SUV로 분류되는 랭글러가 이보다 더 커 보일 정도니 말 다했다. 그렇게 느껴지는 주된 이유는 1840㎜에 달하는 높은 전고에 지붕부터 트렁크까지 단 하나의 곡선 없이 각지게 이어지는 차체 라인이 한몫한다. 장착된 타이어 역시 폭 245㎜에 편평비 85로 거대해 차를 하나의 맹수처럼 느껴지게 하는 요소다.
그렇지만 JK 에디션은 여타 기존 랭글러 모델들과 비교해 결정적으로 다른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 강력한 오프로더의 웅장함을 드러내면서도 ‘미적 감각’을 갖췄다는 점이다. 청명한 하늘색 바탕에 흰 색상의 하드 탑과 루프의 투톤 조합은 최근 유행하는 SUV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동시에 오프로드가 아닌 도심 속에서도 세련된 디자인 감성을 선사한다.
실내로 들어서니 ‘예스러운’ 투박한 디자인들이 눈에 들어온다. 부드러운 천으로 감싸져 있지 않고 철제 프레임이 그대로 드러난 천장부터 동반자석 앞쪽 오프로드용 보조 손잡이, 터치나 조그 방식이 아니라 스틱형으로 탑재된 사륜구동 변속기 등이 잠자고 있던 소심남의 오프로드 본능을 깨운다.
응달인 곳이 여전히 눈과 얼음이 녹지 않아 바퀴가 미끄러지기에 저속 사륜구동(4L)으로 바꾸려 했지만, 터치나 조그 방식의 사륜구동 시스템에 익숙해있던 터라 변속기를 중립(N)으로 맞추고 다시 사륜 변속스틱을 움직여야 하는 방식이 손에 익지 않아 처음엔 많이 헤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윽고 사륜 변속 방법이 손에 익자 꽤 자연스러우면서도 재미있게 도로 여건에 맞춰 스틱을 움켜쥐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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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랭글러 JK 에디션의 3.6ℓ 펜타스타(Pentastar) V6 가솔린 엔진은 최대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5.4㎏·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세단 못지않은 정숙성을 제공한다. 여기에 아웃도어에서도 생생한 사운드를 전해주는 7스피커 알파인(Alpine®)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돼 어느 도로 환경에서도 또렷하게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여러 장점이 가득한 랭글러 JK 에디션에도 아쉬운 점들은 물론 존재한다. 강한 차체의 오프로더라 할지라도 안전·편의사양에서까지 ‘예스러움’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도심 외곽으로 나갈 일이 많은 오프로더일수록 이 부분에서 더욱 앞서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후측방 경보시스템이나 차선인식 기능 등 요즘 출시되는 차들의 기본적인 안전사양조차 없다. 실내 편의사양 역시 마찬가지다. 조악한 품질의 센터페시아 모니터에 모바일 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커넥티트 시스템은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랭글러의 소비층이 더욱 젊어지고 다양화하기 위해선 이러한 부분에서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지프 랭글러 언리미티드 랭글러 JK 에디션의 가격은 539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