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요?..요금폭탄 맞기 딱 좋아요!"

용산전자상가 가보니..물건도 손님도 없어
  • 등록 2011-10-11 오전 9:13:02

    수정 2011-10-11 오후 6:46:47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용산역 나진전자상가 12·13동. 수십개가 넘는 휴대폰 매장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10일 저녁 이곳을 찾았다.

상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SK텔레콤 대리점 직원이 냉큼 자리에 끌어앉힌다. `호객행위 근절-상우회`라고 큼지막하게 써 있는 플래카드가 무색하다.

LTE폰을 보여달라니 표정이 어두워진다. 찾는 사람이 없어 아직 취급을 안한단다. 뒤에서 지켜보던 대리점 사장이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더니 잠시만 기다려 달란다. 5분쯤 지나자 박스 하나가 배달돼 왔다. 30대 중반쯤 돼 보이는 사장이 책상 위에 떡하니 상자를 올려놓으며 한마디 한다.

"뜯으시면 안돼요"

물량이 없어서 시연 같은건 안되니 가입계약서를 쓰고 열어보란다. 물건을 보지 도 않고 사는 법이 어디있냐고 하니 어쩔 수 없다고 되레 하소연이다. 박스를 보니 삼성전자의 `갤럭시S2 LTE폰`이다. LG전자의 `옵티머스 LTE폰`은 결국 못 구했다.

"통신사도 별로 팔 생각이 없어 보이는 물건은 왜 찾으시는 건데요?"

LTE에 목숨 건 이동통신사 임직원들을 옆에서 지켜본 입장에서는 황당하기만 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진짜 팔 생각이면 제대로 물량을 공급했겠죠. LG전자 휴대폰은 우리도 목각폰으로 밖에 못 봤어요" 목각(목업(mock-up))폰은 속이 비어 있는 전시용 제품이다.

박스에 담겨있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2 LTE폰과 껍데기뿐인 옵티머스 LTE폰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요금 계산을 해 봤다.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76150`이라고 찍힌 액정을 보여준다. 월 5만2000원 짜리 LTE 요금제를 2년 약정으로 가입했을때 매달 내야하는 금액이다.

5만2000원에 부가세 5200원이 붙고 할부이자 2000원, 기기값으로 1만6950원을 더해 나온 숫자다. 출고가 80만8000원짜리 갤럭시S2 LTE폰을 2년 약정시 40만6800원 에 판단다. 옵티머스 LTE폰은 이 대리점에 단가표가 없어서 계산불가.

가게를 나와 SK텔레콤, LGU+, KT 로고가 나란히 박혀 있는 대리점으로 들어갔다. 여기에도 견본 제품은 없었다. 시연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박스만 구경하다 상담에 들어갔다. 옵티머스 LTE폰에 관심을 보이자 사장이 만류한다.

"손님 그냥 삼성꺼로 하세요. LG꺼는 지금 사면 나중에 후회하세요. LG폰은 출시때나 비싸지 조금만 지나면 가격이 팍팍 떨어져요." 한두달 뒤면 "왜 똑같은 제품을 비싸게 팔았냐"고 항의할게 뻔해서 권하고 싶지 않다는 설명이다.

여기는 약간 싸다. SK텔레콤의 5만2000원짜리 LTE 요금제에 2년 약정이면 갤럭시S2 LTE폰은 월 7만5817원. 옵티머스 LTE폰은 7만3150원이다. LG유플러스의 LTE 요금제는 단가표가 없어 상담조차 못했다. 문을 나서는데 사장이 한마디 던진다.

"삼성꺼는 월말이면 HD가 나오니까 좀 더 기다리는 게 나을 겁니다. LTE폰, 한두달 지나면 보조금이 추가돼 가격이 더 떨어질테니 잊지말고 전화주세요."

마지막으로 용산역 지하철 입구, 유동인구가 넘치는 명당자리에 위치한 휴대폰 매장을 찾았다. 여기도 이통 3사 통합매장이다. LTE폰을 보여달라니 이곳 직원 역시 당황한다. 건네는 말이 압권이다.

"돈 많은 바보나 사지 누가 LTE폰을 사요. 그냥 3G로 하시죠."

LTE폰을 찾는 손님은 처음 봤단다. 그래도 보여달라니 전시대를 뒤져 하나를 꺼내든다. 갤럭시S2 LTE폰인데 목각이다. 보여주긴 하는데 계속 마뜩찮은 모양이다.

"4G폰은 데이터 무제한이 안돼요. 영화 한편 잘못 다운받았다가는 요금폭탄 맞기 딱 좋아요. 나중에 후회 마시고 그냥 3G로 하세요."

오늘 계약한 손님들의 계약서를 보여준다. "3G 쓰던 분들도 그냥 계속 3G로 계약하고 가셨어요. LTE가 서울 일부지역 밖에 안되는거 아시죠?"

내년 초에는 서울 전지역에서 서비스가 되지 않느냐고 하니 손사래를 친다. 2G에서 3G로 넘어갈 때도 `터지네 안터지네` 하고 걸린 시간이 얼마인데 4G가 그렇게 쉽게 되겠느냐는 거다.

LG유플러스 LTE는 가입이 안되냐고 하니 펄쩍 뛴다. "LG(유플러스)가 제대로 터지는 거 보셨어요? LTE라고 별수 있겠어요. 그냥 SK(텔레콤)로 하세요. 싸다고 해봤자 몇푼 차이도 안나요."

LG유플러스 임직원들이 들으면 입에 거품을 물 소리다. 고정관념의 벽은 무섭다.

3시간 넘게 용산전자상가 일대를 돌아봤지만 LTE폰을 알리는 포스터나 전시물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전철 창밖으로 `LTE 4G시대` 전광판이 안갯속에 희미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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