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와글와글]"나는 국회선진화법에 찬성한 '죄인'이다"

  • 등록 2016-01-09 오전 8:00:51

    수정 2016-01-09 오전 8:00:51

국회의사당. 사진=이데일리BD.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18대에서 국회선진화법에 찬성을 했던 죄인이다. 저는 18대 때 할리우드 액션 때문에 국회 폭력으로 50만원 벌금을 받은 사람인데 그런 부분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으로 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에 반대하기 위해 선진화법에 찬성한 자신을 ‘죄인’으로 불렀습니다. 왜 죄인이 됐을까요. 선진화법 취지대로 국회의원들 간 이전투구(泥田鬪狗)식 싸움은 없어졌는데도 말이죠.

정부·여당이 처리하길 원하는 일명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 관련 법안 등이 통과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야 합의 정신을 강조해 국회법을 개정한 선진화법에 ‘법안 날치기 처리’를 못하도록 하는 제동 장치를 뒀는데요. 제동 장치의 핵심은 의결정족수를 강화한 겁니다. 과반수 찬성이 아닌 5분의 3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국회 상임위원회나 본회의 의결 요건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 입니다. 여야가 소관 상임위에서 합의한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300명의 의원 중 150명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 되는 것이죠. 다만 여야 합의가 쉽지 않은 쟁점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까지의 절차를 까다롭게 설계한 것이 선진화법입니다.

제동장치는 △안건신속처리제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지연 법안의 본회의 부의제 △무제한토론종결 등이 대표적입니다. 신속처리 대상안건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전체 재적의원 또는 상임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법사위에 걸린 법안을 본회의에 바로 부의하기 위해서도 같은 정족수가 필요합니다. 본회의장에서 쟁점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무제한토론시 이를 종결시키기 위한 의결정족수 같습니다. 모두 과반수 이상이 필요합니다. 다수 의견을 따라야 하는 게 기본이지만 소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는 합의 정신이 반영된 겁니다.

직권상정(국회의장의 심사기일 지정) 요건도 강화됐습니다. 개정 전 국회법 제85조1항에 따르면 의장은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비교적 직권상정을 쉽게 할 수 있었죠. 그러나 선진화법에선 ‘협의’를 ‘합의’로 바꾸고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를 추가해 직권상정을 어렵게 만든 것이죠. 여야간 합의가 우선이라는 법 취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겁니다. 19대 국회 들어서는 법안 날치기 통과라는 말이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날치기 통과가 없으니 당연히 여야가 몸싸움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던 거고요.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에서 180석을 얻으려고 하는 이유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습니다. 총 의석수 300석 중 제동장치를 무사통과 하기 위한 요건이 되려면 5분의 3, 즉 60%의 의석수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바로 ‘180석’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민생·경제 법안을 야당이 발목 잡고있으니 이를 극복하려면 여당을 지지해야만 한다는 정치적 셈법도 깔렸죠.)

△의안처리율 통계. 자료=국회 입법조사처
“선진화법 때문에 입법이 마비됐다”는 얘기도 어불성설입니다. 흔히 법안 가결률을 그 예로 많이 드는데 이는 착시효과와도 같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의안처리율 통계(2015년 11월16일 기준)를 보면 국회법 개정 전이던 18대 국회는 제출건수 1만3913건중 가결건수가 2353건으로 17%의 가결률을 보이는 반면 19대 들어선 12%(제출건수 1만6894건·가결건수 2065건)로 18대 가결률보다 5%포인트 낮습니다.

그러면 정말 19대 국회에선 선진화법 때문에 법안 통과가 18대 국회 때보다 안 됐던 걸까요. 결론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결률은 가결건수에 제출건수를 나눠 산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제출건수가 대폭 늘었다면 가결건수는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표를 보면 역대 법안 제출건수가 대폭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회선진화법은 말 그대로 국회를 ‘선진화’하기 위한 법입니다. 그래서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 시켰던거고요. 이를 다시 고치겠다는 건 직권상정을 쉽게해서 다수당이 원하는 대로 법안을 통과시켜야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다수결의 원리가 아니라 소수 의견은 무시한 ‘다수의 횡포’에 더 가깝습니다. 그러니 선진화법에 찬성한 의원이 죄를 지은건 결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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