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1년]판관비 줄어 영업익 늘고...의사만나기 하늘의 별따기

주요제약사 접대비 40% 이상 줄어
'심리적 위축' 의사 차라리 강연 안 나가
법 취지 살리면서 학회활동 지장 없도록 바꿔야
  • 등록 2017-09-28 오전 6:08:00

    수정 2017-09-28 오전 6:08:00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28일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을 시행한지 1년이 됐다. 그간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곳곳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곳으로는 과거 ‘리베이트’로 상징되던 제약업계가 손꼽힌다.

주요 제약사마다 김영란법으로 인해 판매촉진비가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이 급증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있다. 반면 제약영업을 해야하는 제약사로서는 의사들과의 접점이 줄어들고 있어 난감한 처지다.

27일 매출 1000억원 이상 국내 상장 제약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접대비 항목이 있는 10개사의 접대비 총액은 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4억원)보다 19% 줄어들었다. 접대비 지출을 가장 많이 줄인 곳은 유한양행(000100)으로 지난해 상반기 6억원에서 올해 1억8000만원으로 70% 줄였다. 대웅제약(069620)동아에스티(170900)도 각각 2억7000만원, 9000만원으로 60% 이상 줄었고 JW중외제약(001060)은 11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동국제약은 2억1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제약사, 접대비 지출 줄면서 영업이익 나아졌지만…

접대비를 포함한 판매관리비가 줄어들면서 각 제약사들은 재무재표상으로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효과를 거뒀다. 대웅제약의 2분기 영업이익은 1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6% 늘었고 녹십자와 한미약품, 종근당 등의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도 각각 43.6%, 236.9%, 54.5%에 달했다. 한 제약사 대학병원 영업담당 부장은 “3만원까지 식사접대가 가능해도 만남 자체가 줄어들어드니 돈 쓸 일이 줄었다”며 “교수들도 연구실에서 잠깐 만나서 필요한 내용 전달받는 걸 더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외국계 제약사 홍보담당자는 “법무담당자가 불필요하거나 명확하지 않은 행동은 아예 하지 말라고 해 기자 미팅 자체를 안 한지 꽤 됐다”며 “홍보활동을 한 게 없어 홍보예산이 연초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판관비 축소로 인한 영업이익 증가가 반드시 좋은 측면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지표상으로는 개선됐다고 해도 영업활동에 꼭 필요한 부분까지 줄어드는 셈이라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2012년 시행된 제약업 공정경쟁규약에 김영란법까지 더해지면서 ‘사실상 아무 것도 할 게 없다’는 하소연도 많다”고 말했다.

◇의사, 돈 보다 ‘심리적 위축’ 피해 더 커

의사들을 직접 만나는 제약사 영업직들은 의사들이 금전적인 이익이 줄어든 것보다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된 게 더 큰 부작용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외부강의를 할 때 공직자의 경우는 직책에 따라 원고료를 포함해 1시간에 20만~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교직원은 시간당 1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병원에서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한 교수에 따르면 “공정경쟁규약 때문에 실제 100만원의 강연료를 받을 수 있는 교수는 없다”며 “강연료나 선물이 줄어든 것보다 의사들은 잠재적인 범법자 취급을 받는 게 더 못마땅하다”고 말했다. 공무원 규정을 따라야 하는 한 국립대학병원 교수는 “지방에서 강연요청이 들어오면 숙박까지 할 경우 오히려 돈을 보태면서 다녀와야 할 상황”이라며 “학회와 연관된 강연이 아니라면 시간을 내서 지방에 다녀올 일은 만들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제약사가 김영란법을 지키면서 좌담회나 강연회를 열려면 참석하는 의사들에게 이런저런 서류와 함께 실제 참석했다는 증빙을 남겨야 한다. 또다른 제약사 대학병원 담당 임직원은 “초청하는 교수들에게 사전에 이런 저런 서류가 필요하다고 얘기하면 ‘취지는 좋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참석하고 싶지는 않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귀찮기도 하고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됐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라고 말했다.

강연이나 회의에 참석하는 의사는 행사 종료 하루 이내에 학교에 보고서를 내야 한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일이 바빠서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나중에 혹시 누가 신고를 할까 찜찜하다”며 “그러다 보니 강연이나 회의 요청이 들어오면 거절하는 게 속편하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제약사가 학회에 지원할 수 있는 것도 제한됐다. 또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학회 이사를 맡고 있는 교수가 추계 학술대회 때 부스와 협찬을 요청해 내부에 보고했더니 학회 요청의 절반도 못 한다고 결정이 났다”며 “학회 교수들을 지속적으로 봐야 하는 상황에서 양 측이 윈윈하는 좋은 결과를 못 만드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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