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40년)⑤노사, 신뢰의 발걸음을 내딛다

2007년 노사 신뢰회복 속에 무분규 원년 이정표
산별전환·주간2교대..2008년은 노사관계 재정립의 해
  • 등록 2007-12-26 오전 9:53:30

    수정 2007-12-26 오전 9:53:30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지난 9월3일 밤. 울산공장에서 노조와 협상을 벌이고 있던 현대차 윤여철 사장이 다급히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정몽구 회장을 만나 최종협상안에 승인받기 위해서 였다. 무분규 협상을 위한 정 회장의 결단을 전달받은 윤 사장은 비장한 마음으로 다시 울산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9월4일 노사 양측은 제12차 협상에서 올해 임단협에 잠정 합의했다. 잠정협의안은 9월7일 77.09%라는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지지속에 통과했다. 1997년 이후 10년만에 파업없이 무분규로 임단협을 이뤄낸 순간이었다. 

현대차(005380)는 지난 3분기중 매출액 7조420억원을 달성했다. 역대 3분기 실적으로는 최초로 7조원대를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 습관처럼 이어지던 ‘협상→결렬→파업→타결’의 고질적인 협상패턴도 깼다.
 
최근 치뤄진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선거에서도 올해 무파업 임단협을 이끈 현 지도부가 인정을 받아, 윤해모 후보가 당선됐다.  
 
이처럼 달라진 노사의 모습은 조합원들로 하여금 ‘파업을 해야만 얻어낼 수 있다’는 과거의 선입견과 불신을 걷어낸 전기를 마련했다. 대화와 협상만으로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귀중한 선례를 남긴 것이다.  

◇ 현대차 40년·노조 20년, 변화시기 왔다

올해는 현대자동차 창사 40주년을, 현대차 노동조합 설립 20주년을 맞는 해이다.
 
1995년에서 1997년까지 3년간을 제외하곤 매해마다 협상결렬과 파업을 거듭하던 노사가 올해는 무분규 파업이라는 큰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올해 협상에서 노사 양측은 ‘회사의 파업전 일괄제시’, ‘노조의 파업유보’ 등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전향적인 협상태도로 무분규 타결의지를 보였다.
 
노사는 협상결렬, 쟁의행위 가결 등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협상을 계속해 현대차 노사가 이제 과거의 소모적인 대립구조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해외공장 문제 등 첨예한 사안에 대해서도 서로 한발씩 양보하는 세련된 협상기술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단협 무분규 협상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이로써 노사 모두 파업에 대한 부담을 덜어낼 수 있게 돼 앞으로 매년 이어질 임금협상이나 단체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되는 동시에 지속적인 무분규 타결과 노사화합의 일대  전환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노진석 이사는 “강성노조의 파업자제와 같은 모습은 10여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며 “조합원 개개인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성숙해졌기 때문에 가능할 일”이라고 말했다.
 
노 이사는 또 “선진업체 사례에서 보듯이 협력적 노사관계는 기업의 흥망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라며 “이번 무분규 타결은 현대차 노사상생의 역사적인 이정표로 풀이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임단협 과정중 소비자들의 파업반대 목소리도 높았다. 노사대립에 대한 소비자 반감이 위험수준에 다다른 것이다. 이는 자칫 현대차 브랜드 위상을 무너뜨리고 제품경쟁력을 실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2008년은 노사관계 재정립의 중요한 기로  

앞으로 노사간 남은 과제는 주간연속 2교대 근무제 전환을 위한 협상과 산별노조전환에 따른 새로운 협상방법 구성이다.
 
현대차는 현재 주야간 10시간씩 2교대 근무제를 시행중이다. 이를 주간에만 8시간씩 2교대 근무제로 전환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중이다. 문제는 제도변경시 줄어드는 근무시간에 따른 임금 보전방안와 생산력 확보방안이 현재로선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대차 노조 장규호 공보부장은 “일반인들은 현대차 근로자들이 낮에만 근무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심야노동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제도 변경에 따른 근로시간 감축분은 회사측이 설비투자를 늘리거나 인력충원을 통해 이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부장은 또 “조합원 여론조사를 해보면 돈을 좀 덜 받더라도 야간근무가 싫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임금이 기대 이상으로 줄어드는 것은 반대”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사측은 과연 주간연속 2교대 근무제로 전환하면 회사 경쟁력을 얼마나 키울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간연속 2교대를 시행하면 종전대비 1일당 3∼4시간 정도 라인가동시간이 감소하는데 노조측은 임금보존을 요구하니, 이를 원가에 반영해 경쟁력이 상실될까 걱정이라는 설명이다.
 
이에따라 노사 양측은 노사전문위원회를 구성, 발전적인 방안을 협의중이다.
 
노사전문위원회는 노사가 각각 5명씩 추천해 선임한 외부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현대차 노사간 당면현안에 대해 포괄적으로 연구해 오는 2009년 3월까지 협의안을 도출하게 된다. 
 
현대차 노사전문위원회 박태주 위원장(한국노동교육원 교수)는 “올해 전문위원회가 60여 차례 회의를 통해 노사 양측의 입장을 최대한 들어보고 검토했다”면서 “당사자가 아닌 전문위원으로 본 결과, 이제 현대차 노사는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같이 망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제는 노사가 세세한 부분에서의 입장대립 보다는 노사화합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별노조 전환에 따른 교섭방법 도출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노조는 협상력 극대화를 위해서는 산별노조 전환이 필요하면서도, 기업별 노조의 기득권 보장과 지역별 사업장 차별축소 방안 등은 강구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사측과 마찬가지로 산별노조 전환되면 중앙교섭과 지부교섭을 따로 해야하므로 교섭의제와 방법 등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당분간은 과도기적 시기를 거치면서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 노사는 운명공동체..신뢰를 갖고 함께 나가야  

노사문제 해결의 제1원칙은 노사 모두 ‘신뢰’라고 말한다.
 
신뢰가 있다면 사측이 무슨 말을 하든, 노측이 어떻게 말을 하든 믿음을 갖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뢰가 깨진다면 올해와 같이 무분규 협상을 이뤘다고 해도, 이후 협상이행 과정에서 누군가 제대로 실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좋은결과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현대차 노조 장규호 공보부장은 “지난 98년 대규모 정리해고 뒤, 2000년대 들어서자 큰 폭의 순익구조로 돌아선 회사를 보면서 조합원들은 회사를 신뢰하지 않게 됐다”며 “지금은 회사가 어려워져도 누구도 자신을 희생하려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장 부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노사신뢰가 중요하다”며 “올해 신뢰회복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만큼, 이번 한번이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대차 울산공장 노진석 이사도 “회사도 노조를 비롯해 주주들에게 감시를 받고 있어 과거와 같은 비밀은 있을 수 없다”면서 “이제는 노사간 신뢰구축으로 내부에서 소모적인 경쟁을 버리고 글로벌 경쟁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현대차와 설립 20주년을 맞은 노조는 이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40년과 20년의 역사를 써 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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