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화재 악몽 잊었나…지하철 역사 화재 무방비

2014년 소방조사 불량율 1.1%->올해 72.8%로 급증
스프링쿨러ㆍ대피 유도등 등 소방ㆍ피난설비 전반적 관리 부실
신설ㆍ영등포구청역 등 2년 연속 불량 판정... 지적부문만 조치하는 '땜질식' 조치 문제
  • 등록 2017-10-11 오전 6:30:00

    수정 2017-10-11 오전 6:30:00

지난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 현장에서 전소된 전동차를 소방대원들이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정선 기자] 지난 1월 22일 오전 6시 28분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 플랫폼으로 진입하던 열차는 두번째 칸 아래 충전기 부분에서 불꽃이 튀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나자 열차 안에 있던 승객과 지하철 역사에 있던 1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최근 지하철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불안에 떠는 시만들이 적지 않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지하철 역사에서 발생한 화재건수는 7건, 2015년 6건, 2016년 11건, 올해 8월까지는 3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측은 매년 수천억원씩 쌓이는 적자 탓에 노후장비 교체작업이 늦어진 탓이라며 난감해 하고 있다.

검사강화·설비 노후화로 불량률 급등

문제는 소방설비 노후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국민의당)이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제출받은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 지하철역 소방관련 시설을 조사한 결과 ‘불량’ 판정율이 크게 높아졌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지난 2014년 서울 지하철 354개역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불량률은 1.1%(4개역)에 불과했다. 2015년 133개 역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소방관련 시설 점검 때는 9개역이 불량 판정을 받아 불량률이 6.7%로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114개 역 중 25개 역이 불량 판정을 받아 불량률은 21.9%를 기록했다.

올해는 8월말 현재 70개역을 대상으로 소방관리상태를 점검한 결과 무려 72.8%(51개역)이 불량 판정을 받았다. 소화설비 불량이 102개로 가장 많았고 △경보시설(48개) △피난시설(43개) △소화활동설비(25개) △방화시설(3개) 등이 뒤를 이었다.

불량판정을 받은 소방시설이 급증한 데 대해 시 소방본부는 “지난해부터 검사기준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에 불량판정이 증가한 것”이라며 “불량 판정을 받은 소방시설은 3개월안에 이를 시정토록 조치 명령을 내리고 이를 다시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경의중앙선과 공항철도가 지나는 공덕역의 경우 피난구 유도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으며 공기호흡기 사용법 및 인명구조기구 표지를 부착하지 않는 등 21건의 위반사례가 적발됐다. 온수역의 경우 소화전함에 소화전 표시를 하지 않았고 소화전 송수구의 마개가 없는 등 16건의 불량판정을 받았다. 영등포구청역과 충정로역은 스프링클러헤드가 불량했으며 분당선 도곡역, 3호선 고속터미널역, 5호선 오금역, 경의중앙선은 유도등이 점등되지 않거나 점등상태가 불량했다.

예산부족 탓 땜질처방에 불량판정 반복

특히 신설동역, 영등포구청역, 합정역, 오금역, 건대입구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소방관리 불량판정을 받았다. 스프링클러 불량 판정을 받아 수리하면 다음 검사 때는 다른 스프링클러가 불량 판정을 받는 식이다. 소방시설 전반에 대한 보수가 아닌 조치명령을 받은 곳만 시정하는 땜질식 대처 탓이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화재는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승객안전을 위해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구재현 목원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지하철 역사는 이용시민이 많고 지하에 있어 소화·피난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대형 인명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수영 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 연구관은 “사고가 나지 않을 때 안전을 위한 투자는 일종의 비용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시설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관은 “평소 소방시설을 제대로 관리해 양호판정을 많이 받으면 화재보험의 보험 수가를 내려주는 등 경제적 보상시스템을 도입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시설이 노후화하면서 소방시설 불량판정이 늘고 있는 것”이라면서 “관련시설을 교체하거나 정비해 불량률을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령화에 따른 무임승차 확대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지하철 1~9호선의 당기순손실은 391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월 22일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서 잠실새내(구 신천)역으로 진입하던 열차에 화재가 발생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 승강장에서 안전요원이 현장을 지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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