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마켓워치]<16>美연준 후순위로 밀린 수익률곡선 관리

`7월 시사, 9월 도입` 점쳤던 YCC, 연준 기류 달라져
목표한 채권금리만 상한선 아래 관리…비용대비 효율
코로나 장기화로 자산매입 확대 부담…YCC 대안으로
시장금리 안정에 日 효과 엇갈려…도입 뒤로 밀릴 듯
지표 연계한 금리 포워드 가이던스 우선, 이후 검토
  • 등록 2020-07-16 오전 6:13:00

    수정 2020-07-16 오전 6:13:00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수익률곡선 관리(YCC) 조치를 도입할 것이라고 봤던 전망을 철회합니다. 물론 앞으로도 이 YCC가 채택 가능한 정책수단을 검토되긴 하겠지만, 실제 도입되는데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이달 초 연준이 지난달 9~10일(현지시간) 양일간 열렸던 FOMC 회의 의사록을 공개한 이후 월가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이처럼 기존 전망을 뒤집었습니다. 6월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YCC 도입여부를 묻는 질문에 “(YCC는) 분명 연준이 검토하고 있는 정책수단 중 하나”라고 했었구요. 그래서 시장은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의사록을 보니 뭔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걸 투자은행들도 간파하게 됐다는 얘기죠.

최근 많이들 들어보셨겠지만, 일단 YCC가 뭔지부터 살펴 보겠습니다. 중앙은행이 경기를 부양할 목적으로 시장금리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도입하는 조치가 YCC이고, 이를 위해 중앙은행은 구체적인 금리 목표치를 정하고 금리가 그 위로 올라갈 때마다 채권을 충분히 매입해 금리를 낮추게 됩니다. 일례로, 현재 YCC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은행(BOJ)은 10년만기 국채금리를 0~0.1%로 묶어두고 있고, 호주중앙은행(RBA)은 3년만기 국채금리를 0.25% 아래로 붙들어 매고 있습니다.

10년만기 국채금리를 0% 수준에서 묶어두는 일본은행(BOJ)의 수익률곡선 관리


통화정책 수단으로서 YCC는 기준금리 정책의 보완재이자 양적완화(QE)의 대체재가 됩니다. 중앙은행은 통상 만기가 짧은 단기금리를 목표로 하는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방식으로 시장금리를 조절하는데요. 문제는 지금과 같은 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기준금리 조정을 통해 만기가 긴 구간에 있는 채권금리를 일일이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상황을 예로 들면, 연준이 적어도 2022년까지는 현재의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했으니 단기금리는 껌딱지 처럼 바닥에 붙어 있는데, 경기부양용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 국채 발행을 크게 늘리니 장기금리만 위로 올라가는 일이 벌어지는 식입니다. 결국 만기가 긴 채권을 타깃으로 삼아 일정 금리 이상 못 오르게 하겠다는 것이죠. 이렇게 금리에 상한(캡)을 씌운다고 해서 YCC를 일드캡(Yield Cap)이라고도 부릅니다.

아울러 QE는 시장금리가 뛰는 걸 막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다양한 채권을 사들이는 반면 YCC는 꼭 관리해야 할 특정 만기의 채권만 타깃으로 삼아 집중 매입하니 비용대비 효율성이 높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양적완화 시기에 대규모 자산 매입으로 인해 가파르게 늘어나던 일본은행(BOJ)의 대차대조표가 수익률곡선 관리 이후 평탄하게 늘고 있다.


사실 예전 미국도 이 제도를 도입한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를 향해 가던 1942년이었는데요. 당시 천문학적인 전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국채를 대거 찍어야 하는데, 이로 인해 금리가 뛰다 보니 이를 붙잡아 매기 위해 10년만기 국채금리를 2.5%로 고정시켰던 겁니다. 국채를 대거 발행하면 공급량이 늘어나 국채가격이 떨어지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금리가 오르게 되죠. 이 때 연준은 금리가 2.5% 위로 올라간다 치면 곧바로 10년물 국채를 대거 매입해 다시 금리를 2.5% 아래로 낮춰 버렸습니다.

이런 전력이 있다 보니 연준은 이번에도 YCC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코로나19가 미국 내에서 빠르게 확산되자 연준은 발 빠르게 무제한 자산매입에 나섰는데요. 코로나19가 예상보다 장기화하자 부담이 커졌습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난 재정 씀씀이를 충당하기 위해 적자국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시장금리 상승을 걱정해야 했구요. 이를 자산매입만으로 해결한다면 작년말 4조달러에 못 미쳤던 연준 대차대조표 규모가 연말엔 10조달러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기준금리가 이미 제로금리까지 내려가 있는 상황이라 자산매입 규모를 더 늘리기보다 YCC를 도입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으로 경기를 진작할 수 있는 방식일 수 있다는 판단이 섰던 것이죠. 그래서 연준은 YCC를 검토하기 시작했고, 보도에 따르면 이미 내부적으로 YCC에 대한 득실 분석을 진행해왔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갑자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2~3월에 극도로 불안한 양상을 보이던 미 국채금리가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덕에 크게 안정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연준의 자산매입과 YCC 도입 예상 등이 겹치면서 10년만기 국채금리는 0.6~0.7%의 좁은 박스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0.91%까지 튄 적은 있지만, 이내 금리는 다시 내려왔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YCC를 도입하지도 않았는데 마치 YCC가 도입된 듯한 느낌”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무릇 실제 카드를 꺼내지 않고도 원하는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정책이니, 그런 면에서 연준은 서둘러 YCC를 채택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미국의 10년만기 국채금리 추이. 최근 금리 변동성이 줄어들며 금리가 좁은 박스권에서 하향 안정되고 있다.


또다른 이유는 YCC가 과연 효과적일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최근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2016년부터 BOJ가 실행하고 있는 YCC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는데, 뉴욕 연은은 YCC의 정책효과에 대해 물음표를 달았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YCC 도입 효과는 금융시장에서 분명히 확인됐습니다. 일본 10년만기 국채금리는 BOJ가 목표로 했던 0% 수준에서 수년 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종전보다 자산매입 당시에 비해 훨씬 적은 규모의 국채를 사들이고도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게 성과였습니다.

반면 경기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근원 소비자물가로 보면 최근 일본에서는 0.5% 정도의 상승률에 그치고 있어 인플레이션 측면에서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물론 YCC 마저 없었다면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내려가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분명 총수요를 늘리는 효과는 기대에 못미친 게 사실이죠.

이렇다 보니 지난달 열렸던 FOMC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서 연준 위원들은 “연준의 포워드 가이던스(기준금리에 대한 선제적 안내)가 시장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면 굳이 YCC를 도입해야 하느냐가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YCC가 QE보다 높은 가성비를 가지지만, 특수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대규모 자산매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근시일 내에 YCC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점치는 이유입니다.

대신 연준은 포워드 가이던스를 보다 강화함으로써 수익률곡선의 앞쪽인 단기금리를 확실히 붙들어 두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FOMC 회의에서 “2022년까지는 현재의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던 연준이 이번에는 `기간` 대신 `구체적 숫자`에 연동한 가이던스를 내놓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률이 2%를 넘어도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는 식입니다. 현재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대비 0.5% 정도에 그칩니다. 이 경우 내년에 미 재무부가 단기국채를 발행해 재정지출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로울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수익률곡선의 끝단인 장기금리를 잡아두기 위해 장기금리에 캡을 씌우는 YCC를 도입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오랫동안 연준을 연구해 온 팀 듀이 오레건대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지금은 YCC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지만, 머지 않아 그 의구심은 사라질 것”이라며 “반등은 하겠지만 미국 경제는 약세를 지속할 것이고 인플레이션은 연준 목표치를 계속 밑돌면서 연준으로서도 무턱대고 자산매입을 계속 늘릴 순 없으니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인해 경제지표가 다시 악화할 때쯤 YCC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연준이 짜둔 향후 추가부양책 리스트 상에서 YCC는 후순위로 밀려난 것 같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시장에 실망감을 줄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미 국채금리가 안정세를 유지할 경우 추가적인 부양 카드를 아껴둔다는 점에서 길게 보면 오히려 호재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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