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50만원이 집을 살 때 빌린 대출금 상환과 이자로 나간다. 150만원은 생활비다. 생활비 안에는 식대와 아파트 관리비 등 외에 김씨와 남편 용돈도 포함돼 있다. 가장 지출이 많은 부분이 육아비용이다. 사립유치원을 다니는 두 아이 유치원비와 미술학원과 태권도학원비로만 매달 100만원을 쓴다. 유치원만 해도 정부가 보육비를 지원한다지만 특별활동비 등 돈 들어갈 곳이 천지다. 영어와 피아노도 가르치고 싶지만 여력이 없다. 시간급으로 일하는 아이돌보미 비용은 월 1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이 밖에도 보험료, 양가 부모님 용돈 등 쓸 곳은 많지만 쓸 돈은 없다. 저축은 포기다.
김씨는 “야근이나 주말근무 수당이 나오면 그때 아이들 동화책이나 장난감을 사준다”며 “하나만 낳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모 2명 중 1명 가계지출 30% 이상이 육아비용
이데일리는 <작은육아 영유아 부모자문단> 56명을 대상으로 ‘육아물가와 소비행태에 대해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부모자문단은 군인, 직장인, 공무원 등 각기 다른 직업과 지역, 연령대의 영유아 부모들이다. 자녀의 연령대 또한 0~13세까지 다양하다.
항목별로 보면 어린이집, 학원비 등 보육과 교육비용 부담이 컸다.
5개의 육아지출 품목(분유 등 먹거리·의류·유모차, 힙시트 등 내구재·장난감 등 완구류·어린이집 등 보육·교육서비스) 중 어린이집 등 보육·교육 서비스 비용 부담을 1순위로 꼽은 응답자가 44.6%(25명)으로 가장 많았다. 분유 등 먹거리(37.5%·21명)가 뒤를 이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7살·10살 아들 둘을 키우는 주부 김모(35)씨는 “비싼 곳은 믿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주변 아이 엄마들을 봐도 어린이집이나 학원비는 비싸도 쉽게 수긍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부모들은 육아물품·서비스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느낀다. 이번 설문조사에 응답한 자문단 중 91.1%(매우 높다 53.6%(30명)·조금 높다 37.5%(21명)가 육아물품과 서비스 비용이 과도하다고 답했다.
반면 가격 대비 만족도에 관한 물음에 ‘비쌀수록 품질이나 서비스 만족도가 높았다’는 답변은 14.3%(8명)에 그친 반면 ‘가격·품질과 만족도는 관계 없었다’는 응답자는 42.9%(24명)이나 됐다.
이와 관련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가 영유아 부모 894명을 대상으로 한 ‘육아물감체감지수 조사’에 따르면, 9개 육아지출 품목에 대한 부모들의 물가 체감 정도는 평균 133.9였다.
최윤경 육아정책연구소 국제연구 OECD 팀장은 “국내 육아물품은 대체로 신제품이나 유기농 등 프리미엄이 붙는 고가의 상품들을 중심으로 가격대가 형성되는 경향이 있어 가격대 구성이 다양하지 못하다”며 “품질 좋은 중저가 상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돼야 부모들도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