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사회 공동체에 호명되는 것은 이 지점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너무 자주 인용되어 버린, 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카뮈의 소설 ‘페스트’의 주제처럼 심각한 재난상황에서 인간의 선의를 바탕으로 구성원 사이의 연대를 복원하는 일이 그러할 것이다.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을 위무하기 위해 다수의 작가들이 다양한 매체에 작품을 기고하고 이를 매개로 여러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수행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학장의 노력과 달리 문학이 활동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해야 할 정부의 노력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작가들의 강연 및 행사, 창작물의 출간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상황에서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가 시행한 ‘코로나 19 문학분야 피해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작가들의 65%이상이 창작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70% 정도가 생계에 곤란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다양한 예술 분야에 고른 지원을 의무로 하는 문예위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문예위가 추가로 편성한 기금 351억5000만 원의 세부내역도 공연예술과 시각예술분야에 집중되어 있으며, 문학은 청년예술가 지원사업에 다른 예술분야들과 함께 곁다리처럼 소규모로 편성되어 있을 뿐이다. 다른 예술 분야들이 지원된 예산의 적정성 여부를 논할 때 문학 분야는 지원의 존부 여부를 다투고 있는 씁쓸한 현실이다.
그 동안 문학은 “혼자 걸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모두와 함께 걷는 길”(안주철, ‘달콤한 우리’)을 걸어 왔다. 역사를 통해 구성원 사이에서 벌어진 혐오와 적대에 기인한 수많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문학이 형성한 정서의 연대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우애의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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