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STX 자율협약 잠정 합의…금융권 손실 '불가피'

STX회사채 2000억 등 연내 최소 1조이상 지원 예정
조선업 중심 재편시 조선해양·중공업·엔진 잔류할 듯
  • 등록 2013-05-07 오전 9:18:41

    수정 2013-05-07 오전 9:18:41

[이데일리 김재은 이현정 기자] KDB산업은행 등 STX 채권단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주)STX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에 대한 자율협약에 잠정 합의하며 본격적인 ‘STX 살리기’에 나섰다. 당장 만기도래하는 STX 회사채 2000억원을 비롯해 올해에만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한다. 채권단과 STX는 구체적인 실사가 끝나는 6월 초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내놓을 방침이지만, 그동안 조선·해양업종의 구조조정이 미뤄져왔던 탓에 금융권의 손실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STX 살린다…자율협약 기정 사실

STX 채권단은 6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회의실에서 ㈜STX와 STX중공업, STX엔진에 대한 채권단 실무자 회의를 개최하고 STX의 요청대로 자율협약을 통해 STX(011810)그룹을 지원하기로 큰 틀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주채권은행인 산은의 STX 자율협약 관련 설명과 함께 오는 14일 만기도래하는 ㈜STX 회사채 2000억원의 긴급지원 방안에 대한 채권은행들간 의견이 오갔다.

회의에 참석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당장 갚아야 하는 회사채와 운용자금 명목의 추가 자금지원에 대해 각 은행이 간단히 의견을 교환했다”며 “지원 여부는 내부 여신심사회의에서 더 논의해야 하지만 사회·경제적 분위기를 고려해 대승적 판단(자율협약 동의)에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도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큰 대기업이 무너질 때 파장을 생각해서라도 일단 살리는 쪽으로 가야할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채권 은행별 익스포저의 비율대로 간다면 큰 이견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STX의 채권단은 산은·농협·우리·신한·정금공 등 5곳이며 STX중공업(071970)은 산은·농협·우리·수은·신한·정금공·외환·대구·경남 등 9곳, STX엔진(077970)은 산은·우리·외환·농협·수은·정금공·대구·하나 등 8곳이다. 채권은행들은 자율협약 동의 여부를 늦어도 12일까지 산은에 전달해야 한다.

채권단이 자율협약에 동의하면 외부 회계법인의 실사를 거쳐 정상화 방안을 마련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미 지난달 19일 STX그룹 경영지원단을 별도로 구성,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준하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할 방침이다. 추가 유동성 지원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감자 후 출자전환 여부 등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은 실사를 통해 6월 초께 결정한다. STX는 이미 해외 계열사 매각 절차에 들어가는 등 조선 사업을 빼고 모두 팔겠다고 밝혔다. 인력 구조조정은 물론, 강덕수 STX그룹 회장도 지분 축소 등 경영진이 책임지는 모습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금융 등 은행권 실적 ‘비상등’

STX그룹이 자율협약 추진 등 구체적인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섬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의 손실확대는 불가피하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지난 1분기에만 STX조선해양(067250), STX건설 충당금을 각각 169억원, 310억원 추가 적립하며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67%나 급감한 2137억원에 그쳤다.

이미 자율협약을 체결한 STX조선해양을 비롯해 STX, STX중공업, STX엔진 등 4곳에 대한 은행 등 금융권 여신규모는 3월말 기준 3조 3301억원이다.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여신을 포함할 경우 5조 6000억원에 육박한다. 한국신용평가는 “STX그룹의 경우 회사채 시장 의존도가 높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이외의 은행차입금이 대부분 단기로 구성돼 있다”며 현금창출력대비 차입규모가 부담스럽다고 진단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의 순부실채권(신규부실에서 건전성 재분류 포함 여신 정상화·회수를 차감한 것) 발생은 2007년(3조 4000억원)이후 2010년(16조 7000억원)까지 줄곧 증가하다 2011년(7조 5000억원)에 큰 폭으로 줄었으나 2012년에는 10조 2000억원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정문영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웅진그룹 계열사 등 채권 부실화 뿐 아니라 경기부진 장기화로 건설·해운·조선업의 부실기업 회생이 지연되며 순부실 발생이 늘어났다”며 “지난해 이후 은행 여신 성장이 정체된 상태로 향후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선 발생하는 순부실을 대손상각 혹은 매각으로 정리해야 해 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레디트 업계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TX조선해양은 세계 4위의 조선업체로 경쟁력이 없다고 보긴 어렵다”며 “조선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시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STX엔진은 그룹에 잔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관련기사 ◀
☞금감원, 조선·해운 등 업종별 구조조정 대상기준 '차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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