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결정장애]한국이 뜸 들일 때…해외는 속도 냈다

  • 등록 2016-05-31 오전 7:40:34

    수정 2016-05-31 오전 9:10:31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한국이 제대로 된 구조조정 없이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비해 반해 해외에서는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며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환경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정부가 ‘선별적 지원’이라는 원칙을 만들어 기업 스스로 회생방안을 만들도록 유도했고, 실업문제에 대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자연스럽게 퇴출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

중국은 일찍이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산업을 재편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기업만 살린다’는 대원칙을 갖고 2014년 2700여 개 조선소를 약 50여 개의 선별적 기업에만 지원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경쟁력 있는 기업만 ‘화이트 리스트(white list)’로 뽑았다. 연구·개발(R&D), 생산설비 등을 포함한 ‘선박산업 규범 조건’이라는 원칙을 만들어 기준에 맞는 기업은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 기업은 금융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식이다.

국영기업도 예외가 없었다. 금융기관은 국영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CSSC)와 중국선박중공업(CSIC)의 일부 자회사가 기준에 충족하지 않아 지원을 중단했다. 이런 식으로 조선업 과잉설비를 해소하며 자연스레 산업 재편을 유도했다. 국영기업이라는 특성도 있었지만, 양대 해운사인 중국원양운수와 중국해운을 과감하게 합병시켰다.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중국은 무조건 지원이 아니라 정부가 만든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화이트 리스트를 선정해 선별적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기간산업인 해운업이 경쟁력이 떨어지자 과감하게 털고 항만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국부펀드가 보유한 APL선사를 프랑스 CMA CGM에 넘기고 항만 환적 물량에서 수익을 키우기로 했다. 물론 싱가포르가 한국과 달리 제조업 비중이 작고, 중계무역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정부가 큰 틀에서 경쟁력 있는 쪽으로 산업재편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진근 산업연구원 박사는 “산업구조 및 규모가 다른 싱가포르와 한국을 직접적인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정부가 산업재편의 큰 그림을 내놨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빠르게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기업의 구조조정을 자연스럽게 유도한 사례도 있다. 핀란드는 한때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을 40%나 차지하며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4%를 담당하던 노키아가 애플과 삼성에 밀려 흔들리자 적극적인 실업지원대책을 내놨다.

지난 2011년 ‘노키아 브리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500일간의 실업수당, 185일간의 취업프로그램 보조금, 재교육 프로그램 등 노키아 실직자를 구원하기 위한 체계적인 지원책을 펼쳤다. 특히 모바일게임, 핀테크 등 신산업 육성을 위해 노키아 모바일 기술을 제공하고, 창업 허가와 보증을 해주는 등 과감한 창업 지원책도 적극적으로 내놨다. 노키아프로그램을 거친 직원 1만 8000여 명 중 창업을 택한 직원이 5000명으로 1000여 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게임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유명한 ‘슈퍼셀’이 대표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노키아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고용 안전망을 만들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기업을 자연스럽게 청산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실업자들이 신산업으로 흡수되도록 유도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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