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말이다.
지난 10일 밤 11시 37분 고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소천했다. 향년 97세.
파란만장한 정치사를 온몸으로 겪은 김 전 대통령은 생전 이 여사를 “영원한 동반자, 동지”라고 말해왔다. 이 여사는 사형선고를 받은 남편을 옥바라지했을 뿐아니라 같이 잡혀간 비서들까지 뒷바라지한 얘기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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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이화여자전문학교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여성 운동에 매진한 ‘엘리트 여성운동가’였던 이 여사는 장래가 보장되지 않은 야당의 정치 신인인 김 전 대통령을 만났다. 게다가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던 김 전 대통령은 5·16으로 의원직을 잃은 상태였다.
두 사람은 1951년 6·25 전쟁통 가운데 피난지인 임시수도 부산에서 처음 만났다. 이 여사가 속한 ‘대한여자청년단’의 간부가 서울 피난민을 인천으로 후송했는데, 이 때 구한 배의 주인이 김 전 대통령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6년 뒤 명동 거리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다시 3년이 흐르고 나서야 본격적인 만남으로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은 이 여사가 2살 연상인데다 엘리트 여성인만큼 주눅이 들었지만 “잘 통하는 사이였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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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사는 2011년 인터뷰에서 “(전두환을 만나) 빨리 석방되도록 해주시면 좋겠다고 말 했더니 자기 혼자서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1997년 12월, 김 전 대통령의 네 번째 대선 도전에도 75살의 이 여사는 유세 현장을 누볐다.
김 전 대통령의 당선 직후 이 여사의 영향으로 여성가족부의 모태인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여성운동가로서 이 여사의 면모가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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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장례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가족들이 마지막에 찬송가 부르고 기도하고 ‘고맙다. 존경한다. 사랑한다’ 말하는 속에서 여사님도 함께 찬송가 따라 부르시면서 아주 편안하게 가셨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