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김대중 살리고자 전두환 찾아가기도...가시밭길 '동지'

  • 등록 2019-06-11 오전 8:04:40

    수정 2019-06-11 오전 8:04:4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김대중 대통령은 이희호 여사로부터 태어났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말이다.

지난 10일 밤 11시 37분 고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소천했다. 향년 97세.

파란만장한 정치사를 온몸으로 겪은 김 전 대통령은 생전 이 여사를 “영원한 동반자, 동지”라고 말해왔다. 이 여사는 사형선고를 받은 남편을 옥바라지했을 뿐아니라 같이 잡혀간 비서들까지 뒷바라지한 얘기로도 유명하다.

故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결혼식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는 지난 1962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김 전 대통령의 첫째 부인인 차용애 여사는 1959년 병사했다.

해방 이후 이화여자전문학교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여성 운동에 매진한 ‘엘리트 여성운동가’였던 이 여사는 장래가 보장되지 않은 야당의 정치 신인인 김 전 대통령을 만났다. 게다가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던 김 전 대통령은 5·16으로 의원직을 잃은 상태였다.

이 여사는 당시 김 전 대통령에 대해 2011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주 초라했다. 어려울 때다. 그래서 만나 가지고 내가 저녁도 사고 그러다가 친해졌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1951년 6·25 전쟁통 가운데 피난지인 임시수도 부산에서 처음 만났다. 이 여사가 속한 ‘대한여자청년단’의 간부가 서울 피난민을 인천으로 후송했는데, 이 때 구한 배의 주인이 김 전 대통령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6년 뒤 명동 거리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다시 3년이 흐르고 나서야 본격적인 만남으로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은 이 여사가 2살 연상인데다 엘리트 여성인만큼 주눅이 들었지만 “잘 통하는 사이였다”고 말한 바 있다.

1979년 12월 8일 긴급조치해제에 따른 구속자석방과 아울러 당국의 ‘보호’에서 풀려난 김 전 대통령이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결혼 9일 만에 김 전 대통령이 반혁명 혐의로 체포되면서 엄혹한 민주화 여정이 시작됐다.

사형 선고를 받은 남편의 석방을 청원하기 위해 이 여사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을 찾아가 설득하기도 했다.

이 여사는 2011년 인터뷰에서 “(전두환을 만나) 빨리 석방되도록 해주시면 좋겠다고 말 했더니 자기 혼자서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1997년 12월, 김 전 대통령의 네 번째 대선 도전에도 75살의 이 여사는 유세 현장을 누볐다.

김 전 대통령의 당선 직후 이 여사의 영향으로 여성가족부의 모태인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여성운동가로서 이 여사의 면모가 빛났다.

2000년 12월 11일 김대중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가 숙소인 그랜드호텔 발코니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하는 오슬로시민들에게 손을 맞잡고 답례인사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0년 전 병상의 남편에게 마지막 선물로 장갑을 떠줬던 이 여사는 ‘영원한 동반자’ 남편의 손을 다시 잡기 위해 영면에 들었다.

김성재 장례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가족들이 마지막에 찬송가 부르고 기도하고 ‘고맙다. 존경한다. 사랑한다’ 말하는 속에서 여사님도 함께 찬송가 따라 부르시면서 아주 편안하게 가셨다”라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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