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점을 찾아서]⑦대통령도 쉬고 간 추풍령휴게소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영업
서울과 부산의 중간지점 추풍령에 위치
국내 첫 고속도로 휴게소
  • 등록 2018-01-01 오전 9:03:32

    수정 2018-01-01 오전 9:03:32

1970년대 당시 추풍령휴게소 전경(사진=한국도로공사)
[추풍령=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50년 전인 1968년 2월 1일.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대 토목공사 착공식이 서울에서 열렸다. 폭 22.4m의 4차선 도로를 서울에서부터 부산까지 건설하는 경부고속도로 공사의 첫 삽을 뜬 것이다. 공사를 시작한 지 2년 5개월여 만인 1970년 6월 마침내 서울과 부산을 대각선으로 잇는 총연장 420km의 고속도로가 온전히 모습을 나타냈다. 경부고속도로는 이후 한국경제 발전의 상징이었고 국가의 대동맥 역할을 하며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묶는 데 선도적인 도로가 됐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8년 현재 국내에는 50개의 공영 고속도로와 15개의 민자 고속도로가 깔렸다. 고속도로가 많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공간도 생겨났다. 바로 고속도로 휴게소이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고속도로를 통해 장거리 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필수불가결한 공간이다.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고속도로 휴게소 또한 한국인들의 일상 속에 들어 왔다.

경북 김천시 봉산면 광천리 추풍령에 자리 잡은 경부고속도로의 추풍령휴게소는 국내에서 처음 문을 연 고속도로 휴게소 1호점이다. 추풍령은 해발 221m의 고개로 동쪽에는 묘함산(733m)과 서쪽의 눌의산(743m), 북쪽의 학무산(678m)으로 둘러싸여 있다.

경부고속도로에서 가장 높은 지대인 추풍령은 서울과 부산의 중간 지점에 있다.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문경새재로 불린 조령에 비해 왕래가 잦은 고갯길은 아니었다. 하지만 1905년 경부선 철도가 개통하면서 교통의 요지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경부선이 추풍령을 지나면서 추풍령역이 개설되었고 경부고속도로 또한 추풍령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추풍령휴게소(하행선)의 모습. 휴게소 중앙 입구 남자화장실로 가는 복도에는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추풍령휴게소 관련 자료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사진=김용운 기자)
추풍령휴게소는 1970년 7월 7일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20만㎡(6만 6000여평)규모로 상·하행선 휴게소 문을 열었다. 추풍령에 휴게소가 들어선 이유는 서울과 부산 사이 중간 지점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경부고속도로 개통 5개월 후인 1970년 12월8일에는 경부고속도로의 준공을 기념하는 기념탑이 추풍령휴게소 상행선 언덕에 세워졌다. 고속도로 건설 당시 목숨을 잃은 77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 기념탑에 오르는 계단을 77개로 만들었다.

추풍령휴게소가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시기는 1971년 새해 첫날부터였다. 이후 추풍령휴게소는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버스와 트럭 등 운전기사들과 승객들이 쉬어가는 휴게소로 입지를 굳힌다. 또한 박정희 대통령과 최규하 대통령이 애용한 휴게소로도 이름이 높았다. 실제 대통령과 수행원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었다. 현재 하행선 휴게소에서 식당으로 이용되는 목재건물에 대통령 전용의 VIP룸을 운영 했다. 26.45㎡(8평) 규모의 VIP룸에는 청와대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전화기도 있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추풍령휴게소를 즐겨 찾은 이유는 추풍령휴게소의 이상국 초대 사장이 바로 박 대통령의 육사 동기였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박 대통령의 쿠데타에 반대해 고초를 겪었지만 이후 박 대통령과 다시 우의를 나누며 추풍령휴게소를 박 대통령이 편히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회의원 시절 서울에서 지역구인 달성군을 오갈 때 추풍령휴게소를 애용했다는 후문이다.

추풍령휴게소 하행선의 남자화장실 입구 복도에 전시한 자료 사진들(사진=김용운 기자)
추풍령휴게소는 인근 김천과 영동에서는 초등학생들의 소풍장소로도 인기를 끌었다. 1973년 한국도로공사가 하행선 휴게소 뒤 편 숲 속에 동물원을 마련해서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대전 이남 충청권과 대구 및 경북권에서 운영하는 동물원은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밖에 없었다. 달성공원의 협조로 조성한 동물원에는 원숭이와 타조, 칠면조 등을 사육했다. 볼거리가 적었던 당시 추풍령휴게소 동물원은 명소였다. 휴게소의 운영권이 민간으로 이전되면서 동물원은 축소되었고 현재는 운영 하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추풍령휴게소에는 고속도로 최초의 여관이 있기도 했다. 경부고속도로를 오가는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주로 사용했다. 또한 추풍령휴게소는 인근 지역 술꾼들의 해방구 같은 역할을 했다고 전해온다. 야간통행금지가 있던 1970년대 고속도로 휴게소만큼은 야간통행금지를 적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1995년 이전까지 고속도로휴게소에서 술을 팔아 추풍령휴게소의 옛 기사식당은 종종 불야성을 이루는 술집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추풍령휴게소(하행선) 본관 건물 옆에 조성한 소공원에 놓여 있는 서울 부산 중심점 탑. 공원 뒷편 숲에는 동물원도 운영했다(사진=김용운 기자)
1990년대까지만 해도 추풍령휴게소는 이용객이 하루에 10만명에 달할 만큼 고속도로 휴게소 중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중부내륙고속도로 등 경부고속도로를 대체할 수 있는 고속도로의 신설과 KTX 개통, 인근 고속도로 확장공사로 상행선과 하행선 휴게소를 연결하는 횡단 육교가 철거되면서 이용객들이 감소했다.

이에 지난 2015년 김천시와 한국도로공사 및 교통안전공단은 ‘추풍령 관광자원화 업무협약’을 체결해 추풍령휴게소 일대를 완성도 높은 관광 자원으로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김천시는 추풍령휴게소 일대에 에코어드벤처 테마공원, 숲속동물나라, 사계절 썰매장, 백두대간 등산로 등의 시설을 조성하고 한국도로공사는 경부고속도로 역사관, 고속도로 상·하행선을 횡단할 수 있는 보행로를 설치하고 교통안전공단은 교통안전체험관을 마련하는 등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추풍령휴게소는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 1호점이라는 타이틀과 과거의 영화에 비해 평범해진 모습이다. 하행선 휴게소에서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으로 갈 수 있는 보행로는 아직 완공되지 않았고 경부고속도로 개통 40주년을 맞아 하행선에 설치한 소공원에는 빛바랜 사진들만 걸려 있다. 또한 경부고속도로의 건설과 추풍령휴게소의 과거 모습을 담은 전시물도 남자화장실로 들어가는 입구에 설치되어 있어 여성들은 따로 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추풍령휴게소는 전국 약 200여 개의 고속도로 휴게소 가운데 주차장과 식당, 주유소 등을 갖춘 첫 번째 고속도로 휴게소이자 경부고속도로 건설의 역사와 애환이 서린 장소로서 남다른 의미를 간직한 채 47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경부고속도로의 중심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휴게소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하행선)에서 바라본 경부고속도로 기념탑. 2004년까지 놓여 있던 육교가 경부고속도로 확장공사로 철거된 후 최근 다시 육교를 건설했다.(사진=김용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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