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인데요”…'그 목소리'에 국민 주머니 3조원 털렸다

지난해 말 보이스피싱 누적 피해액 3조937억원
날로 교묘해지는 수법…22.8억원 뜯긴 피해자도
경찰, 보이스피싱 근절에 총력
  • 등록 2021-02-05 오전 7:00:00

    수정 2021-02-05 오전 7:50:42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검찰청에서 일하는 심재철 검사입니다. 대포통장 범죄에 연루돼 있으니 시키는 대로 하세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가 여전히 일반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누적 피해액만 3조원이 넘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범행 수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상황인데, 20억원이 넘는 피해를 본 피해자도 확인됐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보이스피싱 누적 피해액 3조원 넘었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3만1681건, 피해액은 7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누적 피해액은 3조937억원으로, 200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는 추세다. 지난 2006년부터 2016년까지 누적 피해액은 1조1029억원 수준이었지만 △2017년 2470억원 △2018년 4040억원 △2019년 6398억원 등으로 점차 늘었다. 4년 만에 약 2조원의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정부에서 보이스피싱에 주의해 달라는 당부 메시지를 계속해서 내고 있는데도 이처럼 피해가 계속되는 이유는 범죄자들의 수법이 나날이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검사의 신분증이나 재직증명서과 구속영장, 금융감독원의 서류 등을 위조해 범행에 사용하는데, 관련 기관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인이라면 진짜 서류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위조서류가 많다. 실제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이 재판에 넘긴 보이스피싱 사건 중 검찰 사칭형이 약 40%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검사·금감원 사칭 ‘그 목소리’에 20억 넘게 뜯긴 피해자

최근에는 보이스피싱 범죄 일당의 교묘한 수법에 2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은 피해자도 발생했다. 이는 1인당 피해액으로는 가장 큰 규모였다.

이 범행에 대한 판결문에는 이들의 교묘한 수법이 적나라하게 묘사됐다. 이들은 피해자 A씨에게 ‘캠핑 물품이 집으로 배송될 예정’이라는 문자를 보냈고, 주문한 적이 없는 A씨가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하면서 범행은 시작됐다.

일당은 뉴스에 많이 오르내리는 ‘심재철 검사’를 사칭하면서 “현재 대포통장 관련 범행에 연루됐으니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구속당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들은 이후 “당신의 계좌를 점검해야 하니 계좌에 있는 돈을 찾아 우리가 보내는 직원에게 맡겨 달라”고 속였고, A씨는 우체국에서 돈을 인출해 ‘금융감독원 김태환 대리’ 행세를 한 일당에게 현금 2억원이 들어있는 여행용 가방을 건넸다. A씨가 이들에게 전달한 금액만 22억8000만원에 달했다. 이러한 범행 과정은 불과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처럼 빠르게 벌어지는 범죄지만 피해금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다.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까지 피해자가 돌려받지 못한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 2019년 기준 누적 2조3937억 피해액의 71%는 배상받을 수 있는 방도가 막막하다는 의미다.

이선진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최근 지급정지 등 제도적인 장치를 통해 계좌이체 방식 범죄에 대한 피해는 바로 복구가 가능하다”면서도 “대면 현금 편취 사건은 지급정지 등의 제도로 막을 수 있는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피해 보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위조 서류 및 검사 사칭 명함(사진= 금감원 및 서울중앙지검)
경찰, 보이스피싱 근절에 총력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사권을 갖게 된 경찰은 이러한 보이스피싱 범죄를 국가수사본부 출범 후 1호 단속 대상으로 지정해 근절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경찰청에 처음으로 ‘전기통신 금융사기 수사상황실’을 설치해 지역별 피해 발생 현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수사를 지휘할 방침이다. 각 시·도경찰청에는 전종수사팀 191명을 배치해 보이스피싱 범죄의 숙주 역할을 하며 은밀하게 운영되는 이른바 ‘콜센터’에 대한 추적 수사로 총책 등 일당을 검거하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일선 경찰서에서도 현금 수거책과 인출책 등 조직원 검거에 주력하고, 국외 도피 중인 피의자에 대해서는 국제공조를 통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신병 송환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범죄수익추적팀을 수사활동에 투입해 범죄 수익금을 끝까지 추적, 피해자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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