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초월한 공감·울림..이것이 '렌트'의 힘이다

[리뷰]뮤지컬 '렌트'
세기 넘어 유효한 '렌트 정신'
중독성 강한 '킬링 넘버' 즐비
'희망 메시지'로 깊은 울림 줘
  • 등록 2020-07-14 오전 7:00:01

    수정 2020-07-19 오전 9:12:40

뮤지컬 ‘렌트’에서 극중 마크(배두훈, 가운데)와 친구들이 ‘비바! 라 비 보엠!’(Viva! La Vie Boheme!)을 부르고 있다(사진=신시컴퍼니)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No Day, But Today’(내일은 없어, 오직 오늘 뿐). 아무리 힘들더라도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살아가라는 의미의 이 문구는 뮤지컬 ‘렌트’의 상징처럼 각인됐다. 첫 공연을 하루 앞두고 대동맥 파열로 36세의 짧은 생을 마감한 ‘렌트’의 창조자 조나단 라슨이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글귀이기도 하다.

‘렌트’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1990년대 가난한 뉴욕 이스트 빌리지를 배경으로 꿈을 잃고 마약, 에이즈. 동성애, 트렌스젠더와 같이 터부시 되는 삶을 살아가는 젊은 예술가들의 삶과 고뇌를 담고 있다. 얼핏 보면 진부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그 속에 담겨진 의미는 세기를 넘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취업난과 생활고라는 고통 속에도 ‘희망’으로 버텨내는 요즘 청춘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극은 죽기 전에 마지막 노래를 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음악가 ‘로저’, 죽어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홀로 남겨질까 두려워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자 ‘마크’, 에이즈 감염으로 언제 죽을 지 몰라 오직 오늘을 위해 살아가는 클럽 댄서 ‘미미’ 등 세 명을 축으로 전개된다. 여기에 모린과 조앤, 엔젤과 콜린의 동성애 코드를 넣어 불안한 이 시대 청춘의 모습을 보여준다.

‘렌트’의 매력은 한번 들으면 계속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 강한 노래들이다. 2막 시작과 함께 모든 배우들이 함께 부르는 대표 넘버(노래) ‘시즌즈 오브 러브’(Seasons of Love)를 비롯해 ‘아웃 투나잇’(Out tonight), ‘어나더 데이’(Another Day)’, ‘탱고 모린’(Tango Maureen), ‘아이 윌 커버 유(I‘ll Cover You), ‘라이트 마이 캔들’(Light my candle), ‘라 비 보엠’(La Vie Boheme) 등 주옥같은 노래들이 2시간40분 동안 쉴 새 없이 흐른다.

록, R&B, 탱고, 발라드, 가스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렌트’의 음악은 인물의 감정선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달라진다. 로저의 불안한 감정은 록으로, 엔젤이 죽음을 슬퍼하는 콜린의 심정은 R&B로 표현하는 식이다. 무대 한켠에 자리잡은 5인조 록 밴드는 대사마저 노래로 진행하는 ‘송스루’(Song Through) 형식의 ‘렌트’를 보다 입체적으로 전달해준다.

무대는 뉴욕 맨하탄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낡은 재개발 지역을 철 골조로 표현했다. 이 차가운 구조물은 단 한번의 전환 없이 때론 좌절과 죽음의 공포를 표현하는 공간으로, 때론 와인과 맥주를 외치는 축제의 장소로, 때론 로저와 미미가 서로의 사랑을 나누는 공간으로 바뀐다. 장면에 따라 다채로운 조명이 덧대지며 무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세기말 낡은 소재와 난장(亂場)같은 산만함에도 이 작품이 변함없이 사랑받는 건 진정성 어린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다. 변태·속물 취급받던 에이즈 환자와 동성애자를 엔젤이라 부르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친구에게 “1년은 52만5600분이나 된다”며 보듬는 모습은 가슴 깊숙이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불안한 청춘들이 온갖 시련과 역경 속에 사랑으로 빚어내는 ‘희망의 메시지’가 깊은 울림을 주는 극이다. 언제 보더라도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아갈 에너지를 받게 되는 선물같은 작품이다.

이번 시즌 오종혁, 장지후, 정원영, 배두훈, 아이비, 김수하, 김호영, 김지휘, 최재림, 유효진, 전나영, 민경아, 정다희, 임정모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8월 23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관람료는 6만~14만 원이다.

뮤지컬 ‘렌트’에서 미미(김수하)와 로저(장지후)가 ‘아웃 투나잇’(Out tonight) 넘버를 부르며 연기하고 있다(사진=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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